"자네야 말로 내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친구네"
"아니네. 오히려 자네가 나를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야."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를 “지음(知音,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이라 한다. 이는 유백아(兪伯牙)와 종자기(鐘子期)에 대한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유백아는 초(楚)나라 사람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진(晉)나라의 대부(大夫)라는 벼슬을 지냈으며, 당대 거문고의 명인이었다. 그는 사신이 되어 초나라로 돌아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추석 무렵 달 밝은 밤에 유백아는 감회가 남달라 거문고를 뜯고 있었는데, 한 초라한 나무꾼이 그의 연주를 엿듣고 있었다.
“그대는 이 음악을 아시오?”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의 요절을 한탄한 곡이잖소!”
그가 바로 종자기였다. 둘은 의합하여 의형제를 맺었다. 유백아가 높은 산을 표현하려고 거문고를 뜯으면 종자기는 “산이 솟는 것이 태산 같네.”라고 말하고 유백아가 강을 표현하려고 거문고를 뜯으면 종자기는 “큰 강이 도도히 흐르는 듯하네.”라고 했다.
"자네야 말로 내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친구네"
"아니네. 오히려 자네가 나를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야."
음악을 아는 사람은 있어도 소리 속에 담긴 마음까지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유백아는 종자기를 만나 너무 행복했다. 둘은 일년 뒤를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유백아가 훗날 고향을 찾아왔으나 종자기는 이미 죽음의 강을 건너간 뒤였다. 유백아는 거문고를 끌어안고 그의 무덤을 찾아가 그 앞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뒤 거문고를 부수고 그 줄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그의 음악을, 아니 그의 마음을 알아줄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으로 만나 마음을 듣는 종자기의 심이(心耳) 앞에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만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에 관심을 두고 살아간다면 정말 복된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