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문학 작품 속에는 인생의 단면도와 같은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나그네가 거친 광야를 지나가고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고 목이 마른데, 느닷없이 사자가 한 마리 달려오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곁에 있는 한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우물 안 돌담을 타고 내려가다 보니 메말라 있는 우물 밑바닥에는 커다란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수도 없고 다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위경(危境)에 처한 나그네는, 우물 안의 돌담 사이에서 자라난 조그만 관목(灌木)을 발견하고, 그 가지만 붙잡으면 되겠다 싶어 그 관목 가지를 꽉 잡았다. 그런데 관목 위에서는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가 나뭇가지를 번갈아가며 갉아먹고 있어, 머지않아 가지가 부러질 지경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나그네는 옆에 있는 나뭇잎에 몇 방울의 꿀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고 기뻐한다. 그리고 달콤한 꿀맛에 빠져드는데, 얼마 후 관목가지가 부러지자 비명을 지르면서 우물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두 마리의 쥐는 밤과 낮을 가리킨다. 무정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나도 어느새 늙었구나. 내게도 죽음이 오는구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찾아오는 것이다. 정신없이 쫓겨온 인생. 언젠가 부러질 관목 가지 하나를 붙들고 있는 인생. 그래서 우리나라 개화기에 어떤 분은 아래와 같은 노래가사를 지었다.
학도(學徒)야 학도(學徒)야 청년 학도야,
벽상(壁上)의 괘종(掛鐘)을 들어보시오.
한 소리 두 소리 가고 못 오니,
인생(人生)의 백년(百年) 가기 주마(走馬) 같도다.
노인들은 종종 지난 삶을 뒤돌아보며 ‘그 동안 무얼하며 이 나이를 먹었나?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세월을 도둑맞은 것 같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지난 세월을 보면 누군가가 자기 인생을 몰래 도둑질해 간 것 같고, 그 소중한 인생을 자기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처럼 허무해진다. 그런 날이 오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저 나그네처럼, 옆에 있는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몇 방울의 꿀이 떨어지니까 ‘아, 꿀이다! 꿀이 있다’라고 기뻐하며 꿀맛에 빠져든다. 죽음이 오고 있는데도 돈맛에 빠지고, 쾌락에 빠지며, 제 잘난 생각에 빠지고, 헛된 욕망에 빠져든다.
인생의 축소판과 같은 이 한 토막의 이야기. 정말 우리 인생이 이런 것이 아닐까.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며 온갖 희노애락에 웃고 울다가 마지막에는 죽음의 심연(深淵)으로 떨어지고 사라져 가는 우리 모습이다.
“대저 사람은 자기의 시기를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가 재앙의 그물에 걸리고 새가 올무에 걸림 같이, 인생도 재앙의 날이 홀연히 임하면 거기 걸리느니라.” (전도서 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