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9일, 이 대위(30)는 평소와 다르게 마음이 설레였다.
이 날은 이 대위의 고향인 경북 김천시 황악산 상공에서 공중기동 훈련비행이 있는 날이다.
어릴 적부터 파일럿을 꿈 꿔온 이 대위는 한 평생 고생하시면 그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고향 하늘에서 멋있게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날 파트너로 같이 훈련 비행을 하게될 조종사는 김 중위(27)이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친한 사이로 호흡이 잘 맞았다.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이 대위와 김 중위가 조종하는 F-5E 전투기가 사전에 비행계획을 세웠던 대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한 채 순항해 상공을 선회하며 훈련에 들어갔다. 이 대위는 이 날을 위해 이미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해 온터라 자신이 있었다. 저 아래서 부모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다.
비행 훈련 중 전투기가 경남 합천 지상 1천 6백미터 상공에 들어섰을 때쯤, 이 대위가 조종하는 전투기가 3차례
정도의 횡전을 거듭하며 고도를 낮추자 김 중위도 그 뒤를 이어 자취를 그대로 따라갔다.
"고도가 너무 낮다. 고도를 높혀라! 오버!" "그럴리가 없다."
이때 갑자기 두 사람의 전투기가 레이다에서 항적을 감추었다.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비행을 하다가 고도를 잘못 판단하여 비행기가 산에 부딪혀 추락한 것이다.
27세와 30세라는 꽃다운 나이의 젊은 두 조종사의 죽음은 모든 이들의 마음에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을 주었다.
조종사가 처음에 조종 훈련을 받을 때는 '비행착각'이라는 것을 종종 일으킨다.
비행기를 몰고 하늘로 빠른 속도로 상승해 올라가다가 속도를 줄이면 비행기는 여전히 올라가지만,
조종사가 느끼기에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비행 착각'이라고 한다.
조종사들이 비행 착각을 일으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행 착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조종을 할 때 반드시 계기에 의존해서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 조종사가 생각할 때에는 아무리 빨리
날아가는 것 같아도, 혹은 바다가 하늘처럼 보여도 조종사의 느낌대로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기를 보고 조종을 해야 안전한 것이다.
비행착각처럼 우리 삶 속에도 많은 착각과 오해가 있다. 모든 착각과 오해는 우리 인간의 생각을 따른 결과다.
왜냐면 인간의 생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종종 잘못 판단하거나 오해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은 사실과 멀 때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자기의 마음을 믿는 자는 미련한 자요"(잠 28:26)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 마음과 생각을 부인하고, 진정 사실이 어떤가에 주목하는 것이 삶의 지혜요 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