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 늙은 왕이 중전과 여러 후궁을 불러 모아놓고 말했다.
“오늘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인이 이제 나이가 많아 주변을 하나하나 정리할 필요를 느꼈소.
그래서 우선 중전과 모든 비(妃)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까 생각하다
그대들의 소원 하나씩을 들어주기로 결정했소.
그러니 원하는 것이 있거든 하나씩 말해보시오.”
사실 왕은 중전을 비롯한 후궁들이 왕의 권좌,
곧 왕의 것들을 사랑하는 것인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가 궁금하여
이런 계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 바 없는 여인들은 그저 왕의 말에 모두들 반색을 하며 궁리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선택해야 자신과 자신의 가문에 영광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 것이다.
먼저 중전이 말문을 열었다.
“세자책봉 문제만 해결해 주시면 됩니다. 그것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쾌히 이를 승낙했다.
이어 서열순서대로 후궁들이 소원을 아뢰었다.
‘사대문 안에 있는 땅을 달라’, ‘아직 관직에 오르지 못한 동생에게 한 자리 달라’ 등….
그런데 맨 마지막에 들어온 어린 후궁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치마 안에서 큰 보자기를 꺼내 바닥에 펴놓으며 말했다.
“전하, 저는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다만 전하만 모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전하만 이 보자기에 들어오십시오.”
이 말에 왕은 감격했다.
“진정 나를 사랑하는 자는 너뿐이구나. 너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사랑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 없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때문에 사랑하는 사랑'이다.
왕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왕의 것들, 곧 왕을 통해 얻는 권력과 부귀와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지,
진정 왕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자들은 어떠한 이유로 왕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왕을 배척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인류의 행복을 위하는 성경은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을 하기를 원한다.
어떤 조건을 두고 사랑하는 것은 조건을 사랑하는 것이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그리스도는 친히 행하셨고, 그 사랑을 모두가 누리길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