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 전쟁이 끝난 몇 년 뒤의 일이다. 조지아 주에서 살인 사건이 하나 일어났는데, 머리가 희끗 희끗한 한 늙은 흑인이 그 살인죄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얼마 후 이 흑인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몇몇 사람들이 불리한 증언을 하여 형편은 점점 흑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던 중 재판장이 심리를 요청했을 때 한 노인이 일어셨다. 그는 깊고 낮은 음성으로 부드럽게 재판장을 향해 말했다.
"재판장님, 제게 변호의 기회를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는 로버트 투움스 장군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판장님, 그리고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몇 년 전에 저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을 입고 쓰러졌습니다. 그는 그를 도와줄 누구의 손길도 기대하지 목하고 피를 흘리며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쓰러져 누워있는 주위에는 총알이 비오듯 했습니다. 그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친구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군의감도 감히 그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 동생은 흑인 몸종을 한 사람 데리고 있었습니다. 이 몸종은 막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막사에서 다른 군인을 통해 자신이 주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체 없이 현장으로 내달았습니다. 그 흑인은 주인의 위험한 처지를 목격했습니다. 그는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는 데도 자신의 위험을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전투와 화염과 죽음이 온통 질펀한 곳으로 뛰었습니다. 총알 하나가 그의 가슴의 살에 상처를 깊이 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자기 주인을 팔에 안았습니다. 그의 피가 주인의 피와 함께 뒤섞였습니다. 그는 마침내 주인을 안고 막사로 안전하게 돌아와 주인의 생명을 살려주었습니다."
그런 뒤 장군은 피고인석의 흑인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짐. 칼라를 젖혀보게."
그 흑인은 순순히 일어서서 셔츠 앞을 열어보였다. 그의 가슴 언저리에 총알이 살을 찢으며 지나간 긴 들쭉날쭉한 상처를 배심원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장군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짐은 흑인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너무도 순백해서 자신의 생명을 불가피하게 방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을 도저히 죽일 수가 없는 성품의 사람입니다. 그의 성품은 개미 한 마리일지라도 결코 해칠 수가 없습니다."
배심원들은 장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배심원들은 장군의 의견을 참작하여 짐의 무죄를 결정했다. 재판장 역시 흑인 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무죄 선고를 내렸다. 장군은 짐을 끌어안았다. 짐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짐은 장군을 바라보기만 할뿐 어떤 말도 입밖에 내지를 못했다. 그는 너무도 고맙고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장군이 직접 나서서 자기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위해 변호해 줄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세상에는 억울하고 자신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당할 때가 많다. 그때 혼자일수록 더욱 외롭고 고통스러워진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강한 현대에 우울증이 심해진 것이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함께 문제를 안고 가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구세주로 존경을 받는 것은, 우리 인간의 죄의 문제를 우리 자신에게 맡기지 않고 당신의 문제로 여기시고 당신이 친히 맡으셔서 당신이 책임지셨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살아간다면 우리 인생은 정말 아름답고 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