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의 한 병원에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한 청년이 입원했습니다. 그 병실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먼저 입원해 있었는데, 침대가 두 개뿐인 작은 병실에는 창문이 하나밖에 없었고, 그 창가의 침대에 노인이 누워 있었습니다. 전신 수술을 한 청년은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계속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언제 나을지 모르는 절망 속에 살아가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 딱했던지 노인은 애처로운 눈초리로 청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청년, 병실에 갇혀 있으니 답답하지?”
“예. 너무 답답하고 지루해서 못 견디겠군요. 저 창밖이라도 볼 수만 있다면...”
“그래? 그럼 내가 밖의 풍경을 이야기 해주지”
노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청년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야! 너무나 아름답군... 정말 좋은 세상이야!”
“창밖 풍경이 좋습니까?”
“그렇네. 높고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가고 멋진 숲이 우거진 산 아래 시원한 냇물이 흐르고 있네... 주위에는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고... 어이쿠 저 봐라! 큰 물고기도 잡았군!”
청년은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노인은 그런 청년의 얼굴을 보면서 더 생생히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청년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소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빨리 나아서 아름다운 바깥 세상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어느 새 청년은 입맛을 되찾았고, 몸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그것은 노인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 있던 청년은 건너편에서 곤히 잠든 노인을 바라보면서 짜증이 났습니다.
‘왜 그 좋은 바깥 풍경을 저 노인만 봐야 되지... 이제는 나도 몸을 조금이나마 일으킬 수 있는데...’
청년은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자신의 눈으로도 직접 바깥 세상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창가의 침대는 노인의 자리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은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기야는 노인만 없으면 자신이 창가의 침대를 차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노인이 미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이 터오기 전 새벽이었습니다. 청년은 거친 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건너편에 누워 있던 노인이 괴롭게 숨을 몰아쉬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의 병이 갑자기 악화된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손을 바둥거리며 비상 버튼을 찾아 누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뼈만 남아 앙상한 손이 너무 떨려 잘 누르지 못했습니다. 청년은 자기 손 옆에 붙어 있는 비상 버튼을 만져보았습니다. 언제든지 당직 의사가 오도록 쉽게 누르게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잠이든 척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어느 덧 아침이 되었습니다. 병실을 돌던 간호사의 눈에 싸늘하게 죽어 있는 노인이 발견되었고, 곧 시체는 조용히 밖으로 옮겨졌습니다. 노인의 죽음으로 창가의 침대가 비워지자 청년은 간호사를 불러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곧 병원 직원들이 와서 조심스럽게 그를 옮겨 주었습니다. 직원들이 떠나자마자 그는 안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습니다. 통증이 일어났지만 팔꿈치를 괴고 간신히 상체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얼른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호기심을 가득 담은 청년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습니다. 창밖에는 노인이 이야기해주었던 아름다운 세상은 온데 간데 없었고, 다만 황량한 허허 벌판만 눈에 꽉 차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절망에 잡힌 그의 마음에 소망을 불어넣어준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노인의 마음이었습니다. 성경은 에덴의 낙원보다 우리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