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술을 좋아하는 두 친구가 먹고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장사를 하기로 마음을 모으고 무슨 장사를 할지 궁리했다. 쌀장사, 비단장사, 소금장사, 새우젓장사…, 며칠을 이것 저것 따져보고 생각한 후 결국 술장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가진 돈을 털어 술을 큰 독으로 한 독 사서 지게에 지고, 고개 너머에 있는 건넛마을에 팔려고 산길을 올랐다. 번갈아가며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데도 여름날이라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이 탔다. 드디어 고갯마루에 당도해, 두 친구는 큰 나무 그늘 아래 술독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한숨을 돌렸다. 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땀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데, 그 바람을 타고 독에 담긴 술 냄새가 연신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안 그래도 목이 마른 터에 술 냄새가 풍겨오니, 콧구멍이 저절로 벌렁거리고 입맛이 쩝쩝 다셔지는 것이 견디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가진 돈을 다 쏟아 큰 맘 먹고 시작한 일인지라, 그냥 덜컥 마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친구 중 한 친구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는지, 다른 친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이보게, 목이 너무 마른데 우리 딱 한 잔씩만 마시세. 그렇다고 크게 손해 보는 것도 아니잖나.”
“아니 그렇게 해서 돈을 어찌 벌겠는가. 이 술이 우리 장사 밑천 전부인데, 안 되네!”
한 친구는 한 잔만 마시자고 사정하고, 다른 친구는 한사코 안 된다고 거절하였다. 거절하는 친구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술 먹기를 청하던 친구는 힘이 다 빠져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잠시 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주머니에서 천금 같은 엽전 한 닢을 찾아냈다. 그걸 들고 말리던 친구에게 성큼 다가가 내밀며 말했다.
“여기 돈 있네. 술장사가 돈 받고 술 안 팔 건가?”
어차피 팔 술이니, 말리던 친구는 술을 한 잔 퍼주고 엽전 한 닢을 받았다. 술잔을 받아든 친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그때까지 모질게 참았던 옆에 있던 친구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한 잔 마시세!” “안 되지. 자네는 돈이 없지 않은가.” “왜 없어? 나도 여기 돈 있네!” 하며 엽전을 내미는데, 방금 친구한테 받은 그 엽전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도 한 잔을 마셨다. 그러자 먼저 마신 친구가 “나도 한 잔 더 먹어야겠네.” 하고 엽전을 주고 한 잔 마시고, “그러면 나도 한 잔 더 먹어야겠네.” 하고 받은 엽전 다시 주고 다른 친구도 한 잔 마시고…. 고갯마루에 앉아서 건넛마을에 갈 생각은 잊어버리고 그렇게 둘이 엽전을 주고받으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데, 둘 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고, 술독은 바닥이 났고, 남은 것은 엽전 한 닢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팔아서 장사를 한다. 시간과 힘과 정열을 쏟아 부어서 무언가를 남긴다. 하지만 진정 가치 있는 것을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유익을 위해 살아갈 수록 귀한 것을 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인생의 소득에 대해 자문자답하며 지혜롭게 살기를 원한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한 모든 수고와 마음에 애쓰는 것으로 소득이 무엇이랴?”(전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