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큰 부자가 있었다. 그 집에는 종들이 많았는데, 그 중 몇이 계약한 햇수가 끝나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니, 종들은 얼마나 기뻤겠는가! ‘드디어 집에 간다! 아들놈은 얼마나 자랐을까? 마누라에겐 무슨 선물을 가져가지?’ 그날 저녁, 종살이를 마친 종들이 모여 집에 돌아갈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들뜬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 가는데 “자네들 있는가?” 하면서 주인이 들어왔다. 주인은 “자네들 그 동안 수고 많았네. 오늘 밤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왔네.” 하더니, 나무 젓가락 하나를 내놓고 “이 젓가락만큼 가늘고 여물게 꼬아주게. 내 마지막 부탁이네.” 하고는 나갔다. 주인이 나가자마자 “어이구, 저 구두쇠영감! 하루 남은 것을 못 부려먹어서…!” 하고 투덜거리는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그 중 한 사람이 “여보게들, 우리가 이제까지 주인집에서 일해 왔고 오늘이 마지막인데, 오늘 일 좀 한다고 탈나겠는가?” 하고는 짚을 추려서 주인 말대로 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다른 종들이 “너는 어찌 그리 충성이냐? 난 그리 못하겠다.” 하면서도, 마지못해 두껍게 대충 꼬았다. 그리고 술을 한 잔씩 하고는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주인이 찾아와 종들을 깨웠다. 그리고는 “자네들이 꼰 것을 들고 나를 따라오게나.” 하고 앞서 갔다. 마음 쏟아 꼰 종이 주인 뒤를 바로 따르고, 대충 꼰 종들은 “이제 종살이도 끝났는데, 잘못 꼬았다고 뭐라고 하겠어?” 하며 그 뒤를 슬슬 따라갔다. 주인이 앞장서서 간 곳은 광이었다. 주인이 촛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종들의 눈에 엄청난 엽전 더미가 들어왔다. 주인이 종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들, 우리 집에 와서 여러 해 수고했네. 내 비록 새경은 이미 주었으나, 집에 가면 부모님도 계시고 처자식도 있으니 자네들을 어찌 빈손으로 보내겠는가? 어젯밤에 꼰 줄에 여기에 있는 엽전을 꿸 수 있는 만큼 꿰어서 가지고들 가게나.”
아니, 어찌 이런 일이…! 가늘고 여물게 꼰 종은 그 긴 줄에 엽전을 한 닢 한 닢 꿰는데, 대충 굵직하게 꼰 종들은 줄에 엽전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 많은 엽전 앞에서 마음은 불타나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다들 정신없이 풀어서, 겨우 짤막한 줄 서너 토막을 만들어 거기에 엽전을 꿰어가지고 들고 나왔다. 나와서 보니, 주인 말대로 꼰 종의 엽전은 수백 닢은 되어 보였다. 배가 아프고 속이 상해도 할 수 없었다.
주인의 마음을 안 종이라면, 주인을 욕하지 않고 성실히 꼬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지만 성경에 깊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인데, 그 마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히 깊고 높고 넓은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성경 안에 감추어져 있다. 사람들은 그 사랑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없어서 문제, 고통, 어려움, 낙망, 좌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