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에서 구체적인 일에 대해서는 안 나오고 ‘고소득 보장’이라고 한 광고는 가보면 대부분 세일즈맨 모집이다. 소위 ‘다단계’회사인 경우가 많다. 이력서를 접수한 후에 오리엔테이션을 며칠간 한다며 거기서 최종적으로 직원을 뽑는다고 한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절대로 영업직은 아니다’라며 회사에 대하여, 상품에 대하여 뭐가 우수한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고소득과 고속승진을 한 사람이 나와서 자기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듣다보면 침이 꿀꺽 삼켜지고, 나도 그런 사례가 되길 원하는 마음이 인다. 3~6개월만 열심히 수습을 한 후에 매달 천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리고 또 그때 통장에 자동으로 입금이 되는 돈이 천만 원 이상이니까 월수 3천만 원 가량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는 선배의 경험담을 들으면 마음이 그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하지만 셋째 날 쯤에는 정체를 밝힌다고 한다. “사실은 영업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영업사원을 천시하지, 외국에서는 가장 유능한 사람을 영업직으로 배치합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간에 빨리 성공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때쯤이면 지원자들도 영업직에 별로 구애 받지 않는다. 마음이 고소득, 고속승진, 고급승용차 등 이미 욕망에 잡혔기 때문이다. ‘다단계나 영업직이면 절대 안 간다’ 고 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다단계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다. 다단계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단계 직원이 되어서 아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것이다. 간첩에 포섭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대한민국 시민이 간첩에 포섭되어 이북 편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막상 포섭되어 간첩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첩은 아무한테나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먹혀들만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고 훌륭한 젊은이가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대를 잘못타고 나서 그렇다. 세상이 참 고르지 못하고 있다.’ 면서 자존심을 일으킨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마음의 경계선을 해체하고 단계별로 교육해 들어가면서 또 하나의 유능한(?)간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를 속이고 불행으로 인도하는 것은 남이 아닌, 우리 자신의 욕망과 자존심일 때가 많다. 그렇기에 먼저 어떤 일을 선택하기 전 자기 마음이 욕망과 자존심에 잡혀 있는지를 돌아봐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