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의 영광은 이미 많이 사라졌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이와 여자 먼저’로 표현되는 영국의 복지와 박애 정신은 여전히 영국 곳곳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영국의 기부문화는 지구촌의 숱한 아픔을 어루만지며 수많은 소외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기부 사례로는 2004년 12월 26일, 태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를 강타했던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때였다. 28만 명의 사망자와 15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킴으로 지구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영국에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구호의 쓰나미(?)가 일어났다. 영국 자선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재난비상위원회(DEC)’에서 구호기금 모금에 나선지 불과 이틀 만에 ‘586억원’(최종 7,2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모인 것이다. 이는 당시 국가 지원금 중 최고였던 미국 정부의 공식 지원금의 두 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1시간에 최대 20억 원이나 쏟아져 들어왔어요. 영국민이 보여준 놀라운 온정에 우리 모두가 압도됐습니다.” 하고 그때 당시의 감동을 전해주었다. 결국 영국의 기부문화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각국의 원조를 수직 상승시켰다. 특히, 골목골목마다 ‘채리티 숍(Charity shop: 자선단체들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운영하는 중고품 자선 상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영국에는 20만 개나 되는 채리티 숍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이곳에서는 영국 시민들로부터 손때 묻은 온갖 생활용품을 기부 받은 뒤 다시 팔게 된다. 그래서 채리티 숍에는 양말부터 어린이 그림책, 티스푼, 웨딩드레스,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없는 게 없었다. 놀랍게도 그런 중고 상점의 매출액이 무려 연간 26조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채리티 숍 중 대표적인 것은 세계 최대의 난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과 영국 왕실에서 운영하는 ‘영국 암 연구재단(Cancer Research UK)’이며, 영국의 채리티 숍 문화는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국 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자선활동이 영국에서 일어난 기독교 부흥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16세기 종교개혁을 주도한 영국의 청교도들이 활발히 활동할 때, 자선 활동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었고, 가장 크게 기독교가 부흥되었던 1869년에 ‘자선조직협회’가 설립되어 자선활동도 가장 활발이 일어났다. 이는 인류를 향한 진실된 사랑과 희생을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영국의 기부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표면적인 영국의 기부문화는 주목하지만, 그 이면에 바탕이 된 그리스도의 사랑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진실된 사랑을 보여준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산다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