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가 끼던 장갑이 무려 4억 원에 팔렸다고 하고 11월 말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상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타의주종을 불허하는 팝의 황제였다. 350여 회의 음악상 수상기록과 8억장에 달하는 앨범 판매량과 천문학적인 수입을 자랑한 가수가 그 말고 또 누가 있었던가?
그러나 그의 죽음 후에 밝혀진 여러 사실들은 그 인생의 본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무대 위의 그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지만, 무대 밖에서의 그의 인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숨을 쉬게 하거나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어릴 때의 그의 본 얼굴과 죽기 전의 그의 얼굴은 너무나 다르다. 귀엽고 밝아보였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괴물 같이 흉측하게 변해버린 얼굴은 혐오감까지 자아내고, 끔찍하게 말라버린 몸은 사진에서나 보던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난민 같아 보인다. 여러 차례의 이혼, 아버지가 누군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그의 아이들, 성추행 사건, 동성연애자였다는 폭로 등등 그의 사생활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알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그의 노래의 가사가 도대체 어떤 내용이냐는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쓸다시피 해서 아이들까지 가사의 뜻도 전혀 모르고 따라 부르고 따라 췄던 ‘빌리 진’이란 노래의 가사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내가 클럽에서 만나 새벽까지 춤추던 여자와 동침을 했는데 그 여자가 아이를 낳고는 내가 그 아이 아빠라고 주장해서 너무 괴롭다.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그런 노랫말을 토대로 만든 것이 ‘빌리 진’인 것이다.
하여튼 그는 최고의 재능과 인기와 상과 돈을 거머쥐고 대통령들과도 친분을 나누며 살았다. 그러나 그 모든 건 그야말로 ‘Nothing’ 였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허무와 스트레스에 치여서 많은 약물에 의존해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나갔지만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결국 약물에 의한 쇼크로 죽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으면 쇼크로 죽을 만큼 약을 많이 먹어야 했을까?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 마음의 괴로움들을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로 없앨 수는 없었는가? 그가 가진 인기와 명성은 그에게 위로와 소망을 줄 수 없었는가? 그 많은 돈으로 병을 고치고 건강을 되찾을 수는 없었는가?
아직도 게재되는 그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연 무엇이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과연 인간이란 존재의 주체는 육체인가 영혼인가? 인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과연 죽고 나면 끝인가? 죽으면 끝이라는 사람들의 말은 과연 100% 신뢰할 수 있는 진리임에 틀림이 없는가? 평범해보이는 이런 질문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마이클 잭슨 기사를 보면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