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허’의 하이라이트는 멧살라와 벤허가 치열하게 벌이는 전차경주 장면이다.
멧살라의 전차는 힘세고 빠른 네 마리의 흑마가 끄는데, 그는 쉴새없이 말들에게 채찍질을 하며 몰았다.
벤허의 전차는 아라비아산 종마(種馬)인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데,
벤허는 아예 채찍이 없고 말들이 알아서 달렸다.
그 말들은 주인의 마음을 읽어서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달리는 말들이어서 채찍이 필요없었던 것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삼성의 개혁을 이끌어 왔는데,
개혁의 초점은 임직원들의 마음이었고,
모든 임직원들이 창업자와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에 성패가 달렸다고 보았다.
지시나 규제로 운영하는 회사는 발전에 한계가 있고, 모두가 주인정신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일들을 찾아나가는 회사가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 좀 하면서 삽시다, 자식하고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 뼛속까지 바꿔라...’는 슬로건으로
관념이나 틀을 깨고 과감하게 개혁하고 변화를 추구한 결과,
취임 당시 그룹의 매출액이 17조원에 수출은 9억달러 정도였는데,
취임 20년 후의 매출액은 191조 원에 수출은 799억 달러를 기록했다.
내수용 브랜드에 불과하던 삼성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한 것이다.
닛케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일제히 투자를 멈추지만 삼성전자는 그 반대였다.
‘불황일 때 투자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전략이 1990년대 D램 시장에서 승리를 거뒀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이 회장의 존재도 놓칠 수 없다.
월급쟁이 경영인들에게는 흉내낼 수 없는 오너 경영자의 담력이 거둔 승리다.”라고 말했다.
경주에 앞서기 위해 사정없이 말들에게 채찍질하는 멧살라,
뒤처져 있어도 전차를 말들에게 맡긴 벤허, 결과는 벤허의 승리였다.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함께하는 것은 그 어떤 제도나 규제보다 강력한 방법이다.
마치 어떤 화학에너지보다 핵에너지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것처럼,
어떤 재산이나 지식이나 지위가 있는 사람보다 마음을 에너지로 삼은 사람이 가장 강력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랬고, 퀴리 부인이 그랬다.
마음으로 사랑하고 마음으로 믿고 마음으로 함께하고 따랐다.
위대한 리더십의 소유자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아라비아산 종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