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법원 세입자권리 강화 판결
현재 독일사회에서 통용되는 건물 임대차 계약에서 나타나는 미장수리 (Schoenheitsreparaturen) 의무와 관련하여 세입자의 입장을 강화 시켜주는 판결이 연방법원으로부터 나와 모든 세입자들을 고무시켰다. 이번 조치로 세를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집주인의 지나친 요구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사를 나가려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일부 독일 집주인들은 이러 저러한 이유들을 대거나 트집을 잡아 적지 않은 수리비를 요구하고 변상도 요구하는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아니 있었다.
대체로 우리 한국인들은 외국땅에 와서 잠시 살다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소 억울한 일이 있어도 굳이 법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한다. 대체로 불쾌감을 참고 집주인의 요구에 응한 경우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독일어도 서툴고 독일법을 잘 모르는 데다가, 직장, 사업, 학업에 바쁘기만 한 외국생활에 변호사를 사면서까지 기난 긴 법정싸움을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집주인들이 과거와 같이 부당하고 일방적인 집수리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25일 세입자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열린 칼스루에 소재 독일연방법원 법정은 사건번호: VIII ZR 178/05를 다루면서 건물주의 일방적이고 지나친 집수리 규정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집주인의 횡포에 다름 아닌 일방적이고 지나친 집수리 조항들에 관하여 연방법원은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리고 이번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임대차계약상의 여러 유보조항들에 까지 확대하여 소유주의 지나친 요구들을 무효화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당장에 수 십만의 세입자들이 집수리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으며 이사를 나갈 때에도 살던 집에 대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어떤 세입자가 매 3 년 마다 부엌, 목욕실, 화장실을 수리해야 하고, 기타 방들은 5년 마다 수리를 해야 할 뿐더러, 퇴거할 때에도 집수리의 일부를 지불해야 하는 계약조건으로 살고 있었다. 그가 4년 반을 살고 이사를 갔다. 그런데 집을 나가면서 집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집주인이 850유로를 지불하라고 소송을 걸었던 사건이다.
결과는 원고 패소. 연방법원은 계약상에 지나친 집수리 조항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즉, 집주인이 요구한 “늦어도”(spaetestens), “적어도”(mindestens)라는 표현이 추가적으로 들어간 5년 마다의 수리조건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지나치고 일방적으로 불리한 수리기간 규정들은 “늦어도”, “적어도” 같은 수식어구가 있든 없든 모두 무효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판결과 함께 새 판례는 계약서 수리관련 부분에 “주로”(in der Regel), “일반적으로”(im allgemein) 같은 수식구가 첨가되어야 하고 이와 함께 미장수리(Renovierung)란 실제로 파손된 부분에 대한 수리(Reparturbedarf)라는 의미일 때에만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한 연방법원은 세입자가 이사를 간 후에 먼저 살던 집의 수리비용의 일정부분을 부담시키는 집주인의 행위도 금지시켰다. 여러 가지 집수리 규정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 수리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판결도 덧붙혔다.
독일유로저널
글: 프랑크푸르트 및 남부지역
지사장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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