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단상
대한민국의 면적은 어지간한 미국 한 개 주의 절반도 안 된다.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주만 놓고 보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만 해도 우리 땅의 16배나 된다.
이런 땅에는 웬만한 교통수단보다는 항공운송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효율적이라는 고속열차조차도 비교가 되질 않는다.
반면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전국 어디든 연결되는 우리나라에 지방공항이 벌써 13개다. KTX 2단계구간 사업
이 마무리 되었고, GTX를 비롯한 전국철도망이 촘촘하게 깔릴 예정이다.
고속도로와 지방국도를 연결하는 도로망은 세계적으로도 유래없는 수준이다.
이런 고로 전국 공항에서 흑자내는 지방공항은 김포, 제주, 김해에 불과하다.
며칠 전 동남권 신공항 관련한 평가 결과가 공개되었다.
예상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두 곳 모두 입지 및 경제성 평가에서 최저점수를 하회하여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비롯 두 곳에 대한 입지선정은 백지화되었지만, 정부는 신공항 건설계획 자체는 철회하지 않고 2025년까
지 장기과제로 남기기로 하였다.
엄격한 평가로 국민의 혈세를 아껴야 한다는 정부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 않아도 선심성 공
약과 엄밀하지 못한 타당성 조사로 그동안 낭비된 세금만 해도 몇 조원이고, 앞으로도 민간에 보상해주어야 할 돈
역시 얼마가 될 지 가늠조차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10조원 단위의 투자비가 들어갈 영남권 허브공항 건설이 비용 대비 투자 분석에서만 2조 원 가까이
적자인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은 물론이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이번 백지화 결정으로 신공항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당장 박근혜 의원은 재추진해야 할 사안이라 언급하면서 자신의 대선공약화할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지역의 열망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가 냉정해져야 한다.
일단 이번 신공항 사업은 처음부터 오류투성이인 사업이었다.
국제적인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규모 허브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자칫 서로의 경쟁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사업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정치적 수단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하겠다.
현 대통령의 대선표만을 의식한 무리한 공약이라는 말이다.
책임지지 못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들고 나와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책임함의
극치라 하겠다. 대통령 스스로 이러한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실상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백지화에 대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한 것 자체는 무책임하다고 하겠다.
국익을 먼저 생각했다면 경제성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2009년 말에 백지화를 결정했어야 했다.
최종 발표 사흘 전에 백지화를 흘려 기정 사실화해 놓고서 평가단을 꾸려 현장실사에 나선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
이렇게 어설픈 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냈으니 누가 흔쾌히 결과에 승복 하겠는가.
이번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논란과 갈등은 어서 종결되어야 한다.
신공항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 역시 지역만을 우선시하는 발상에서 벗어나 이번 평가에 대해 대승적 자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관련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제시 등 수습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만을 의식한 허황된 선심성 공약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파헤쳐진 산과 강, 그리고 낭비된 국민의 세금과 터전을 잃고 떠도는 국민이 더 이상 나오면 안된다.
가깝게는 4.27 재보선이 눈 앞이고,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정치인들의 메니페스토 정신이 요구되는 때이다.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지 갈등을 조장하는 수단이 아님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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