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2)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 안토니오 가우디와 그의 처녀작 카사 비센스
안토니오 가우디하면 우리는 흔히 상상화를 그리듯 바르셀로나에 지어낸 그의 유작들 즉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웰공원, 카사밀라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카사 비센스라는 건물까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칼럼에 소개한 빅토르 호르타와 같이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거장이었던 가우디의 대표작중 카사 비센스는 가우디에게 건축가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해준 그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카사 비센스는 세상에 알려진 그의 다른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카사 밀라는 손으로 찰흙을 섬세하게 빚은 듯 지어진 건물들이다. 그리고 구엘 공원은 어떠한가? 조각조각 끼워 맞춘 듯한 현란한 색조의 타일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들은 자연의 섭리를 자극하고 거스르는듯하지만 오묘하게도 그 속에 잘 녹아져 있다. 그러나 카사 비센스에 사용된 디테일과 선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부드러운 곡선과 디테일들이 아니다.
건물 외관 상부에서 보여지는 형태는 자연의 관찰에서가 아닌 한 때 스페인을 점령했던 무슬림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같은 크기로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형태는 무슬림 건축의 특징이다. 카사 비센스를 의뢰한 건축주는 마누엘 비센스라는 벽돌과 타일 공장 소유주였다. 그런 이유에인지 외관에 사용된 재료에는 벽돌과 세라믹 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당연히 가우디는 본인의 의지든 아님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서든 이 두 재료를 사용해 디자인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특히 건물 상부에 사용된 체크 무늬의 타일과 꼭대기와 하부에 꽃 모양이 새겨진 타일은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하고 타일 공장 소유주인 건축주가 제작한 작품인 것이다. 건축가에게 있어 건축주의 직업과 생활 패턴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그들이 거주할 개인 주택을 설계할 때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때론 디자이너는 의뢰를 한 건축주의 성품 또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이 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가에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사 비센스는 가우디에게 장래에 촉망 받는 건축가가 될 행운의 열쇠였는지도 모른다. 타일 공장을 하는 건축주는 가우디에게 직접 건물 외관에 쓰일 마감 재료까지 디자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이 카사 비센스가 2007년부터 한 부동산에 의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그 때가 4년간 둥지를 텄던 플랏을 정리하고 하우스를 찾고 있던 터라 그리고 물론 구입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있어 이런 저런 인터넷 검색을 해 그 부동산 사이트를 찾았는데 웹사이트에 중문과 일문으로 번역되는 버튼은 있었지만 역시 아쉽게도 한글 버튼은 빠져있었다. 근래 들어 흘러 넘치는 돈을 주체 못하는 중국인과 항시 세계 문화유적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인대신 평소 역사와 문화예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또 그에 못지 않는 재력까지 겸비한 한국인 아무개가 그의 일상에서 가우디의 숨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라는 소식을 기대해 본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디렉터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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