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남미 국가처럼 되나?
구제금융 제공에도 국가부도 가능성 높아져...
필자가 대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중반에는 중남미 외채위기가 한 창 이슈였다. 당시 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때 우리나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규모가 제법 되어 일각에서는 우리도 멕시코 등과 같이 외채를 갚지 못해 국가가 부도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멕시코가 1982년 심각한 외채위기를 겪었고 인근의 다른 남미 국가들도 잇따라 유사한 위기를 겪었다. 핵심은 구제금융을 제공해주어도 국내개혁이 진행되어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가 성장해야 외채를 상환할 수 있고 이런 연후에야 다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채를 빌릴 수 있다. 그런데 국내개혁도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직면하고 정치인들도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경제성장도 안되면 아무리 엄청난 구제금융을 제공해도 그 나라가 다시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럴 경우에는 국가파산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그리스도 남미의 멕시코처럼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와 가능성을 분석해본다.
그리스: “과도한 부채...기존의 구제금융으로는 안돼”
그리스가 부도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주요 이유는 과도한 부채인데가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5월 1천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추가로 자금을 빌려주어도 그리스는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이다.
우선 그리스의 공공부문 부채는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폐, 유로화를 채택한 유럽연합(EU) 회원국(유로존, 혹은 유로지역)은 공공부채를 GDP의 60% 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그리스의 경제규모보다 1.6배나 큰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보통 국채는 단기 몇 개월 부채부터, 1년, 2년, 5년, 10년 등 만기가 다양하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가 부도 처리된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이 다른 나라 금융기관이나 국제 자금시장에서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하는데 평상시라면 보통 만기가 다시 연장되는데 경제위기 때에는 채권자들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혹은 채무국의 경제가 매우 어려워 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면 만기 이전에 채무상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스는 이처럼 높은 국채 비율을 최소한 절반으로 축소해야 구제금융을 받아 이자를 갚고 국가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과감한 긴축재정안과 증세, 복지축소 개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부 채무경감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베이커 안이 아니라 브래디 안이 그리스에 맞아”
이처럼 그리스 파산 위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것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채권자)이 투자한 돈을 잃지 않으려고 이러한 위험 가능성을 흘려 관련국들에 그리스에 더 많은 구제금융을 제공하라고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리스의 국채 이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점에 있다. 지난 4월 한 달 간 그리스 정부가 발행하는 2년 만기 국채 이자율은 무려 24.78%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달 간 10%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경제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높은 국채 이자율을 지급해야 투자자들이 채권을 구입한다. 같은 만기의 독일 연방정부 국채 이자율은 그리스의 1/5에 불과하다. 그만큼 독일 정부가 파산할 위험이 없어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를 매입한다.
문제는 그리스의 국내개혁이 진전을 보이고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이처럼 높은 국채이자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국채 이자율이 점점 높아지면 그리스는 더 이상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없게 된다. 이자를 갚아나갈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부도 위험이 높아가는 국가의 부도를 면해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베이커(Baker, 미 레이건 대통령 1기 때 재무장관 제임스 베이커의 이름을 따옴)안으로 이러한 국가의 채무는 경감해 주지 않고 만기만 연장해 주는 안이다. 또 하는 브래디 안(역시 재무장관 니콜라스 브래디의 이름을 따 옴, Brady Plan)으로 채무 액수도 줄여주고 이자율도 인하해주고 만기도 연장해주는 포괄적인 방안이다. 그리스의 국가채무 액수를 채권자들이 합의해 일정 정도 줄여주면 그리스는 이자상환 부담이 준다. 또 만기가 연장되어 경제개혁 추진과 경쟁력 회복시간도 벌게 된다. 채권자들도 채무국이 부도 처리되어 더 많은 손실을 겪기 보다 받을 돈을 줄여서라도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면 이런 안에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 또 브래디 안을 그리스에 실행한다 해도 그리스가 과연 경제개혁, 구조조정을 실행해 돈을 제대로 갚아 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도 지난 3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850억 유로(우리 돈으로 약 120조원)의 구제금융을 3년에 걸쳐 받기로 합의했다. 어쨌든 유로존 주변국의 경제위기는 깊어 가는데 유로존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더 위기가 닥쳐야 독일 등 주요국들이 유로존 붕괴를 막기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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