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억제가 아닌 공공서비스 강화에 공공요금정책의 초점을 맞춰 가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대호 경기개발연구원 교통정책연구부장은 최근 발간한 <공공요금정책의 개선과제>에서 공공요금을 억누르면 소비자 부담은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서비스 질 저하, 과소비, 자원배분 왜곡, 재정지출 증가 등의 부작용이 초래된다며, 정책의 목표를 공공서비스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이 효율성과 형평성에 근거해 희소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효율에 물가억제 성과도 미흡
김대호 부장은 우리나라 공공요금정책이 물가억제를 주요한 목표로 추진돼 왔지만, 실제 억제효과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일정기간 억제된 요금이 추후에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억눌렸던 공공요금이 추후 물가상승을 이끌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인위적으로 결정된 낮은 가격은 비효율과 자원배분 왜곡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전기와 상수도 요금은 OECD 평균의 각각 56.9%와 17.2%에 해당하며, 지하철(46.5%), 시내버스(53.8%), 택시(50.9%) 등 교통요금도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낮은 가격이 산업구조와 기업 투자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공기업 부실화 초래 등이 현행 공공요금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합리적 선택 유도할 가격체계 필요
김대호 부장은 물가억제보다는 공공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경쟁도입 및 규제완화, 경영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 유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서비스 이용권 제공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가격체계 개선의 당위성도 강조했다. 소비주체의 합리적 선택과 자발적 절약, 공급자의 적정한 수익성 보장을 위한 가격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운송원가 연동과 경쟁 강화 ▲택시 요금 자율화 및 고급 교통수단 신규수요 창출 ▲통행료 소비자물가 연동제 및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시행 등을 포함하는 교통수단별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가격체계와 별도로 경쟁원리 도입을 비롯한 공기업 경영 효율성 제고도 개선과제로 제안했다. 특히 역당 총운영비와 직원 수를 각각 60% 가량 감축한 서울지하철 9호선의 사례를 들며 민간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 유로저널 안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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