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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중국 북경까지 손선혜의 실크로드 북로 탐사기 (4)

by eknews posted Jun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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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얼만큼 달렸을까 오아시스를 만나 반찬거리를 사고 또 계속 달리다. 어느새 산줄기로 접어들어 여러개의 계곡을 넘는 트럭은 양의 장같이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내리고 시야는 초록색으로 가득한 절경의 계속이다. 사막의 깔깔했던 색의 시야가 초록색으로 바뀌니 눈이 시원해 지는것 같다. 몽고를 눈 앞에 바라보며 트럭을 세우고 점심을 하다. 산을 등 뒤로 하고 앉아 푸른색 물망초와 노란 양지꽃이 카페트처럼 덮혀있는 들판에 양떼가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는 그림같은 벌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곳이 무릉도원인가 한다. 식사후 산행을 두시간 동안하고 내려와 반대쪽인 몽고쪽을 향해 4시간 동안 걷다. 저만치 눈앞에 보이는 몽고는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몽고 땅을 밟아보겠다는 꿈을 접고 물망초로 덮힌 파란색 밭에 누워 꽃이름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영어 이름을 생각하며 따스한 햇볕을 즐기다. 물망초는 우정과 진실한 사랑을 상징하는 작고 귀여운 하늘색 꽃이다. 우리 두째 딸의 생일달인 7월의 탄생 꽃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전설이 있지만 독일 전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고 예쁜 이 꽃을 꺽다가 물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 청년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한 말을 남기고 죽었고 다른 전설에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 날때 동산의 동식물이 다 말라 죽어 갈 무렵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말한 작은 물망초만 살아 남았다고 한다. 옆에 함께 누운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해주니 살포시 웃으면서 일어나 물망초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내게 건네 준다. 이제는 물망초를 볼 때면 몇 달 전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물고 자주 눈물 글썽이던 사려깊은 여행의 동반자였던 나의 친구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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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원지대는 날씨의 변화가 영국보다 더 심한듯 하다. 저녁을 먹을때는 비가 많이 와서 트럭안에서 식사를하고 낮에 미리 세워놓은 텐트에 들어가 일찍 자기로 하다. 일찍 누은 친구와 나는 노래 밑천이 다 떨어질때까지 이중창을 부르다. 텐트를 치는 세찬 빗발이 내는 소리는 악보에 써서 묘사하기는 참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다. 아침에는 어제의 비 때문에 못한 설겆이, 아침식사와 그 설겆이, 젖은 텐트를 걷기등등  추위에 호호 손을 불며 바쁘고 힘든 절차를 끝내다.
8시 출발 또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세시간 걸려 하산하니 다시 사막이다. 광야, 황야, 사막을 달리면서 사막을 그려 보라고 하면 백지에 전신주 몇개를 점점 작게 그리고 점으로 전신주의 인상을 지평선 끝까지 찍어 놓으면 멋진 그림이 될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그런 멋진 그림속을 서너시간 달리다. 길 옆, 조금 낮은 곳으로 내려가 40도의 땡볕에서 점심을 만들어 해를 피해 트럭의 그림자에 숨어서 먹다. 길 위로 다시 나오다가 트럭의 바퀴가 모래속에 파묻혀 헛돌다. 일행중 젊은이들은 신나는양 트럭을 내려 바퀴뒤의 모래를 두 손으로 열심히 파헤치고 나서 철판 4개를 네개의 바퀴밑에 넣고 후진을 하여 빠져 나오다. 무료하게 달리기만 하던 트럭에 생긴 기억에 남을 사건이다.
유엔(Yuen)을 거쳐 돈황(Dun Huang)을 향해 계속 달리다. 중국땅은 참으로 넓다. 사막도 넓다. 가도가도 지평선만 보인다. 중국의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돈황에 대해서 쓰여있는 책자들을 읽느라 일행은 바쁘다. 드디어 중국 서쪽의 제일 큰 도에 해당되는 신장지방을 떠나 간수(Gansu) 지방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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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의 아침에는 기분이 항상 좋다. 일출이 늘 아름답다. 돈황에 가까이 와 있다는 흥분으로 서둘러 트럭을 타다. 물갈이를 여러번하는 장거리, 장기간의 여행 중에는 배탈이 나는 사람이 많다. 일행중 제일 나이가 많은 톰은 이틀째 약을 탄 물로만 지낸다. 손가락 마사지도 해드리고 단학선원에서 배운 호흡도 가르쳐 드리고 내 비상약인 우황청심환도 드리다. 오후에는 많이 나았다고 고마워 하시다. 드디어 돈황에 도착하여 페이산호텔에 여장을 풀고 트럭의 대청소를 두시간 동안하다. 식기와 트럭의 구석구석에 쌓인 사막에서 묻어온 먼지 와 흙들을 물로 닦아내고 이슬에 젖은 텐트도 펴서 널고 트럭이 털렁거릴때 사람의 몸무게를 못 견뎌서 터진 록커위에 놓았던 방석도 꼬매다. 
호텔의 등나무가 해를 가려주는 노천 카페에서 점심을 하고 돈황에서 3마일 떨어진곳에 있는 울릴명, 모래사 명사산(Ming Sha Shan)과 여러개의 모래산들 사이에 있는 초생달 모양의 호수인 월아천(Lake of the Crescent Moon)을 보러가다. 해발 1650미터 높이의 명사산은 그 길이가 25마일이고 넓이가 12.5마일의 모래로만 이루어진 모래산맥과 같다. 사하라사막에서 본 모래산, 또 이번에 보아온 어느 모래산보다도 거대하고 아름답다. 아마도 모래산 중 제일 아름다운 산일 것이다. 일주일간 물을 안 먹고도 견딜 수 있다는 사막의 배, 낙타의 도움을 받아 뜨거운 해를 견디며 멀리 높은 곳까지 올라가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뜨거운 태양아래 사막을 헤메는 기분이 절로 든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구능들의 사이가 길이다 그래서 바람따라 길들이 늘 새로이 생기고 있다. 명사산 가는 길은 온통 모래로 된 사막이다. 그 옛날 수만리 실크로드를 낙타에 의지하고 왕래하던 대상들과 구도의 길을 가기위해 이 길을 걸었을 구도승들을 생각해 본다. 가파른 모래산의 꼭데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울리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 명사산인데 그 살인적인 햇볕을 견디며 급경사의 벽과 같은 모래산(80m)을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명사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실제의 산보다 훨씬 더 그럴싸하고 멋있다.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를 보고 절경이라 하면 상상이 잘 안되지만 그곳에는 푸른 하늘과 황금빛의 고은 모래와 뜨거운 태양이 그려낸 절경이 있다.
해발 4000피트의 높은곳, 모래산 골짜기에는 초생달 모양의 호수, 월아천이 있다. 길이가 200미터 폭이 30미터의 호수다. 한가운데에는 그림처럼 중국식 특유의 모습을 한 정자가 높은 탑을 머리에 이고 앉아 있다. 슬픈 곡절이 담긴 전설이 있을 법한데 알 길이 없으니 내가 하나 만들어 볼가나? 주위를 둘러보니 누구하나 멋지게 생긴이 없어 꿈속에서나 이야기 하나 만들어 보아야겠다. 찬물을 시중의 5배를 지불하고 두병을 사서 낙타 주인에게 한병 건네고 보니 땀을 흘리는 사람은 나 뿐이고 낙타 주인의 얼굴은 이것도 더위냐는듯이 얼굴에 땀방울 하나 없이 맹송맹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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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안 갈만한 식당을 애써 찾아서 늦은 저녘을 먹고 밤 11시에 야시장 구경에 나서다. 옥피리 한개와 얼굴을 문지르면 피부가 탄탄해 진다는 옥돌을 사다. 자정이 넘으니 기온도 낮아지고 더위에서 오는 피곤도 말끔히 가셔서 길가에 나와 앉아있는 중국인들 사이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밤을 밝히는 야등에 반짝이는 백양나무 잎들을 쳐다보다. 오늘의 온도가 37도 였다는 일행의 말을 듣고 영국에서 이 기온에는 혼을 빼놓고 늘어진 상태로 집안에 앉아 찬물 샤워만하고 있었을 나 일텐데 이렇게 씩씩하게 다니고 있으니 스스로 기특하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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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 한인동포 자유기고가 손선혜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ommasdream@hanmail.net

위의 글은 재영한인 손선혜씨가 7주 동안 파키스탄에서 중국 북경까지 실크로드 북로를 따라 트럭을 타고 직접 다녀온 탐사기를 유로저널 독자들을 위하여 기고한 내용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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