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보내드리고...

by eknews03 posted Jul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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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말 서른 즈음에할머니 꿈이야기를 쓰고서 월요일 출근길, 한국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집안의 장손이기에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자리를 반드시 지켜야 했고, 출근하자마자 부랴부랴 휴가를 내고,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휴가 중 처리되어야 할 이런 저런 것들을 정리하는데, 정말 넋이 나간 듯 했다.

 

그렇게 분주히 준비를 하고서 가까스로 월요일 당일 저녁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한국 시간으로 화요일 낮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빈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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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은 할머니께서 평생 수 많은 사람들에게 참 많이 베푸셨던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말 많은 화환들과 문상객들로 가득했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문상객들, 마치 할머니께서 살아계셔서 그분들께 푸짐하게 식사를 대접하고 계실 것만 같은데, 할머니께서 세상에 안 계시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 집안 어른의 장례를 치르는 게 처음이었고, 또 할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계시기 때문에 이렇게 집안의 장손으로서 장례식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수 년 만에 뵙는 친척 어른들과 부모님의 지인분들, 어느덧 이제 그 분들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고, 그 만큼 나 역시 커버렸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발인과 하관은 수요일이었는데,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아마도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 내내 비가 내릴 심산이었다.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들었는데, 장지로 가는 길 내내 마치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드리듯 영정사진을 꼭 쥐고 있었다.

 

장지는 공원묘지였는데, 다행히 작업하는 분들이 천막을 쳐놓아서 끊임없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할머니는 비를 맞지 않으셨다.

 

그렇게 하관을 하고서 흙을 덮는데, 마치 그 흙을 덮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다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제는 영정사진을 편하게 놔둬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영정사진을 꼭 쥐고 있었다.

 

살아계실 때 더 많이 찾아 뵐 것을, 의식이 멀쩡하셨을 때 더 많은 기쁨을 드렸을 것을, 나는 너무 늦었고, 야속하게도 시간은 그런 내게 더 이상의 기회를 줄 수 없었다.

 

그 모든 절차들을 담당하신 아버지와 막내삼촌, 나에게는 높으신 어른이지만, 두 분 역시 할머니에게는 자식이었고, 그렇게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두 자식들의 눈가가 젖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버지는 남은 평생 동안 소주를 드실 때마다 할머니를 떠올리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평생 위로해드리며, 비록 할머니의 빈자리를 내가 대신할 수는 없을 지라도, 아버지 곁에서 든든한 벗이 되어 드려야 할 것이다.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언젠가는 또 내 부모님을 보내드리는 내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것.

 

상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슬픔이지만, 그 날은 결국 올 것이다.

 

그 날이 왔을 때, 정말 부모님 가시는 길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부모님께 정말 잘 해드려야 하는데, 이미 지은 죄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해온다.

 

그리고 세월이 더 많이 흐르면, 언젠가는 나 역시 그렇게 땅에 묻히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며칠씩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속에서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또 이런 저런 상념들이 스쳐가다 보니,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매 순간 아둥바둥 거리면서 조금이라도 더 가져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우리들, 조금만 더 용서하고 조금만 더 사랑하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들, 떠나고 나면 부질없을 것들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이제 내 할머니는 세상이 없으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기억 속에서 그 따뜻한 웃음을 짓고 계실 것이다. 앞으로 할머니를 더 자주 뵈려면, 할머니 꿈을 더 자주 꿔야만 할 것 같다.

 

할머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셨을 큰 삼촌과 셋째 삼촌도 뵙고,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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