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Art in Action 참가 준비로 바쁘실 텐데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섬유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 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강순열: 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80년대 초에 대학원 진학을 목적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고민하고 작업하면서 가장 매력있게 제게 다가왔던 것이 섬유예술이라는 분야였습니다. 그당시 한국에서는 다소 새로운 용어의 분야였지만, “섬유예술” 이라는 이름아래 활발하게 발표 되었던 다양한 조형형태의 전시회들, 예를들면, 평면의 타피스트리로 부터 입체나 설치작업의 섬유조각(Soft Sculpture) 그리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섬유 미니어츄어(miniature) 등의 전시와 국제적인 전시회 카다록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로저널: 다른 예술분야와 비교했을 때, 하고 계시는 섬유예술의 특징 혹은 매력이 있다면?
강순열: 제가 섬유미술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재료의 다양함(Fibre라는 개념으로 종이부터 금속까지의 재료가 섬유기법과 접목되어 쓰였습니다), 기법의 다양함(자수, 염색, 직조, paper making, 스크린 프린팅, 펠트기법등), 그리고 그를 이용한 섬유표현형태의 다양함(평면, 부조, 입체조형, 그리고 설치)으로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과 차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Visual Arts 의 서로간의 경계선이 무너지면서 그런 다양함은 더이상 특징이나 매력이 될 수는 없게 되었지요.
따라서 섬유예술은 섬유재료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예술이며, 이것이 이제는 꼭 섬유예술을 전공한 사람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순수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바느질 기법이나 또는 섬유를 미디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순수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섬유작품을 제작하면 순수미술로 분류되고, 섬유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섬유작품을 제작하면 섬유미술로 분류되고 있어 작업하는 저로서도 혼란스럽습니다. 이제는 소재가 예술의 영역을 한계지울 수 없는 예술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저도 섬유예술가로 불리우기보다는, 섬유라는 재료와 기법으로 작업하는 예술가 또는 작가로 불리우고 싶네요..
유로저널: 그렇다면 하고계시는 ‘Hand Woven Tapestry’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순열: 페인팅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Hand Woven Tapestry는 캔바스의 역할을 하는 경사위에 물감의 역할을 하는 위사의 재료들을 가지고, 붓의 역할을 하는 저의 손이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실로 짜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실용성과 장식성을 함께하면서 발전되어 왔었는데, 제 경우에는 기법은 전통적인 기법을 쓰고있으나 표현의 내용은 이 시대에 맞게 저의 주제에 따라 작업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섬유재료로 주로 모사나 면사를 쓰고 있으나, 종이 및 비닐,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에는 전문적인 타피스트리 주문제작을 받는 유명한 스튜디오가 있는데, 하나는 영국 남쪽Sussex에 있는 West Dean Tapestry Studio이고, 또 하나는 스코트랜드에 있는Edinburgh Tapestry Studio입니다.
유로저널: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요?
강순열: 1994년에 영국에 왔습니다. 누구나 자기 삶에서 가끔씩은 자기가 가던 길을 멈추고 새로운 시작 또는 도전을 하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그 때 여러 대학에서 여기저기 바쁘게 강의하고, 작품하고 하는 반복적인 생활에서 잠깐 멈추고 싶은, 그리고 틀에 매인 일상의 예술생활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섬유미술로 알려져있는 영국에서 새롭게 보고 배우려는 생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동생가족이 런던에 살고 있었기때문에 쉽게 결정하고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을 신중하게 결정했다기 보다는 어느날 갑자기 정했던 일이었습니다. 운명의 길이었는지도.
유로저널: 이후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해 오셨는지요?
강순열: 영국에 오기 전에 저는 대학에서 섬유예술에 관련된 섬유조형 또는 타피스트리를 강의했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영국에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관련된 학교들을 다녔습니다. 첫해에는 West Dean College라는 Sussex 에 있는 아름다운 학교에서 타피스트리 디플로마과정을 끝냈고, 다음에는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섬유미술로 석사를 마쳤습니다. 이후에는 현재 살고있는 리치몬드 근처에있는 Kew Art Studio에 작업공간을 두고 작업하면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에 오기전에 한국에서 강의했던 대학에서 일 년에 한 학기씩 강의를 부탁하고 있어, 봄학기마다 서울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동안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과에서 현대타피스트리를 강의하였습니다. 따라서 주로 작업에 열중하는 기간은 영국에 있게 되는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됩니다.
유로저널: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 혹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강순열: 최근의 제 작품들은 명상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주제에 이르기까지는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지만 현재 제가 추구하고있는 마음의(생각의) 상태가 작품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침묵으로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위대한 자연이 저의 영감의 근원이며, 그 침묵의 바라보기가 오랜시간 걸려서 완성되는 제 작품에도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제 작품을 보는 사람과의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제가 추구하는것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졌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침묵의 시간들이 다른사람에게도 공감이 된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요.
유로저널: 선생님 작품들 중 가장 특별한 작품하나를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강순열: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몇 됩니다만,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Meditation(명상)”의 제목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그 당시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를 표현상으로나, 기법상으로 페인팅과 달리 할 수 있는 타피스트리를 제작하고자 했던 제 의도가 많이 반영되었던 작품입니다. 지금은 어느 개인 소장가가 소장하고 있는데, 작품이 팔렸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떠나보냄의 아쉬움도 많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 분이 그 후 제게 엽서를 보내주셨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틀리다면서 좋아해주셔서 떠나보낸 이를 더욱 감명케 했던 작품입니다.
유로저널: 이번에 참가하시는Art in Action은 어떠한 행사인지요? (다른 한국인 예술가가 참가한 적이 있는지요?)
강순열: 본인이 Demonstrating Artist로 초청받은 Art in Action 은 영국 옥스포드 근교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워터페리(Waterperry)에서 해마다 7월에 4일 동안 열리는 규모가 큰 아트 페스티벌의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이는 런던의 The School of Economic Science 에서 총괄기획하는 행사입니다.
순수미술과 공예, 디자인의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선택되어 초청된 시각예술인들과 공연예술가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진행되는데, 올해로 34년의 역사가 있는, 영국 내에서는 지명도와 인지도가 있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예술가들의 작업과정을 일반인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일반인과 시각예술작가와의 직접 소통을 가능케한다는 것이지요. 일반인이 작품의 기술을 원하면 경험도 할 수 있게 함으로서,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예술지식의 폭을 넓혀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참여하는 작가들에게는 짧은 기간동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작업과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아주 뜻깊은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 예술가는 비누조각으로 유명하신 신미경 작가가 2008년도에 초대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Art in Action에 어떤계기로, 또 어떤동기로 참가하게 되셨는지요?
강순열: 2008년도에 Tapestry 08 이라는 British Tapestry Group(BTG)에서 기획한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때 Art in Action의 기획을 담당하고 계신 분이 제 작품을 보시고 저를 기억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Art in Action에는2009년도에 초대를 받았지만 일년 뒤로 미루었다가 작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다시 초대받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4일 동안 계속 전시현장에서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지만, 직접 작업과정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나눌 수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때는 오프닝날 이외에는 전시장이 조용한 것에 비하면, Art in Action은 4일 동안 약 25,000명의 많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끝으로 재영예술인협회 회장으로도 수고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영예술인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홍보, 그리고 활동계획등 부탁드립니다.
강순열: 재영예술인협회는 1997년 9월에 영국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이 중심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이후 역대 훌륭하신 회장님들의 노고로 협회가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영한국문회원이 개원한 이후로는 문화원의 협조로 2008년 이후 해마다 좋은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2월에 제가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는 회원증진에 힘을 모아 신입예술인회원 15분이 입회하셨습니다. 협회의 특징이 디자인과 건축을 포함한 조형예술분야, 공연예술분야, 음악, 문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예술인들의 모임임으로 이러한 다양성을 최대한 살려서 누구나 오고싶어하는 보다 발전된 모습의 협회로 이끌어가고 싶은 것이 제 희망입니다. 구체적인 활동계획은 현재 임원들과 회원님들이 함께 구상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2시에서 5시까지 회원들의 프리젠테이숀과 함께 주영한국문화원 복합홀에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거나 가입을 원하시는 분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Art in Action 행사에서도 좋은 성과 얻으시기 바라며, 앞으로도 더욱 멋진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순열 님 공식 웹사이트: www.soonyulkang.com
Art in Action 공식 웹사이트: www.artinaction.org.uk
재영예술인협회 공식 웹사이트: www.koreanartists.co.uk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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