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나는 진리를 몰랐습니다. 진리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진리가 무엇인지, 진리의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몰랐습니다. 진리의 존재를 어떻게 해야 알게 되는지를 몰랐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진리에 관하여 말하는 곳은 많았지만 진리를 제대로 알게 해 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옛날의 나는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몰랐습니다. 나의 근본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만물만상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만물만상의 근본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옛날의 나는 세상을 몰랐습니다. 그저 옛날의 내가 사는 그곳이 세상인 줄 알았습니다.
옛날의 나는 ‘나’를 몰랐습니다. 허망한 존재임을 몰랐습니다.
옛날의 나는 참과 거짓을 몰랐습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를 몰랐습니다. 또 무엇이 실(實)이고 무엇이 허(虛)인지 몰랐습니다.
옛날의 나는 죄인이고 망념의 존재였습니다. 그러한 죄인이, 망념의 존재가 행복해지려 하였습니다. 잘 되려 하였습니다. 죽어서 좋은 곳에 가고 싶어하였습니다. 한없이 많은 복을 받고 또 받으려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물욕(物慾)에 끝이 없어 재물을 쌓고 쌓아서 다 쓰지 못하여 썩어 없어지는데도 계속 모으려 하였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탐(食貪)을 채우려고 먹거리를 찾아 다니면서 취하고 쉼 없이 솟아오르는 성욕(性慾)을 채우려고 침을 흘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성현들이 버린 것들입니다. 성현들이 버린 것을 성현들에게 달라고 졸랐습니다.
죄인은 죄를 다 사함으로써 소멸되어야 하고 망념의 존재는 망념을 다 벗어나 없어져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죄인이, 망념의 존재가 바라는 것을 주면 죄인이, 망념의 존재가 행복해 져서 더 강해질 것이므로 그들이 바라는 것을 줄 리가 없을 터인데도 무지몽매(無知蒙昧)하여 그것을 모르고 끊임없이 복을 달라고 빌며 매달렸습니다. 사업이 잘 되어 돈을 벌게 해 달라고 빌고 자식 잘 되게 해 달라고 빌고 건강하게 해 달라고 빌고 병 낫게 해달라고 빌고 오래 살게 해 달라고 빌고 원수 갚아 달라고 빌고 죽어서 좋은 곳에 가게 해 달라고 빌고 … 원하는 대로 복을 주지 않으면 등돌리고 떠나기도 합니다.
옛날의 내가 이렇게 저렇게 산 삶은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었습니다. 허망한 존재의 허망한 삶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허망한 삶을 산 세상도 허망한 세상이었습니다. 일체가 허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