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그리고 복지논쟁
대한민국의 복지 논쟁이 거세다. 그것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확대 정책이 절정에 달한 2011년 여름 수도 서울에서 말이다. 이슈 자체도 원초적이다. 아이들에게 ‘밥’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실은 여기에 무상이라는 단어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무상급식과 관련한 이슈에 대한 논란이 결국 주민투표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고 말았다. 비록 시민들의 발의 형태를 취했지만 결국 최종심에는 오세훈 ‘전’ 시장이 버티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논란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내용과 실질이 다른 주민투표 선택지로 인해 ‘나쁜 선거, 좋은 선거’ 논란이 촉발되었다.
실상 하위 50%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이냐 아니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이냐가 핵심적인 변별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표문구상에는 ‘전면적’이냐 ‘단계적’이냐가 더 부각되었다. 거기에 현재 교육청 안은 아예 선택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한정된 프레임으로 시민들의 선택 자체를 제한한 것이 바로 ‘나쁜 투표’로 규정짓는 근거다.
또 하나는 주민투표 참여와 민주주의 논란이다. 이렇게 ‘나쁜 투표’에도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즉 투표 거부권도 일종의 의사표시로 봐야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33.3%라는 최저선을 정해 놓은 것은 다수결의 원리가 자칫 소수의 횡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을 상기하면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바로 우리 시대의 복지이다.
일단 20:80 사회라던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분류기준 대신 하위 50%로 설정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차치하기로 하자. 하지만 노령연금이나, 양육수당, 의료보험 등 국가 차원의 재정도 아닌 지자체 수준의 재원에 불과한 무상급식과 관련한 갈등조차도 정치적으로 조정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의 정치적 수준은 말 다한 셈이다. 따라서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는 기준으로 바람직한 복지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정치란 말 그대로 갈등의 조정이다. 복지 논쟁이 이러한 정치적 관점과 갈등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이 이슈라고 한다면 복지와 관련한 정치적 조정은 그 사회가 가진 정치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복지 모델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알려져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이러한 복지시스템을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인(Jan-Erik Lane)은 스웨덴의 복지모델의 핵심 요인으로 3C를 제시했다. 즉, 타협(Compromise), 협력(Cooperation), 그리고 합의(Consensus)이다. 복지와 같은 첨예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 이슈를 정치적 공간으로 끌고 와 여야, 좌우가 타협과 합의를 통해 해결했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권력을 가진 세력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복지 모델은 1930년대부터 그 골격을 갖추기 시작해 19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됐다.
무엇보다 복지 논쟁 과정에서 세제 개혁, 행정 개혁, 지방 개혁을 함께 진행해서 복지 체제를 완성했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고부담, 고혜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국민총생산 대비 세금 부담률이 50%를 넘고, 사회보장비 지출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무조건 스웨덴식 보편적 복지모델을 당장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복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향후 우리 사회의 과제는 한국형 복지 체제를 만들기 위한 여야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스웨덴의 경우, 복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좌우가 서로 무엇을 양보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했는지 심도 있게 고찰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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