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혜의 사하라 사막 기행 (3)
점검이 끝난 트럭을 타고 아틀라스산맥의 한 줄기인 바위로 이루어진 산줄기를 따라 2시간 반동안 계곡을 오르니
집채만한 바위들이 산재해 있다. 바위들이 푸른 빛이라고 해서 이곳 이름은Blue Rocks. 바로 그 옆에 트럭을
세우고 텐트를 친다.
40여년 전에 독일의 어느 예술가가 20톤 가량의 페인트를 대형 바위에 칠 함으로써 자연에 예술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엄청난 규모가 여행객을 부른다고 한다. 깊은 산 속, 주위에 아무도 없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에서 야영을 하며
칠흙같은 밤에 은하수를 이고 앉아 모닥불에 눈길을 모으며 맥주와 함께 밤이 깊도록 얘기꽃이 무르 익어간다.
차 길도 없어 보이는 바위산들의 골짜기를 다시 트럭으로 내려간다. 어느 깍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트럭을 세우고
점심식사. 으레 식사 후에는 각자의 접시와 스푼, 포크는 각자가 씻어 흔들어 말려서는 트럭의 옆구리에 있는
취사도구를 넣어두는 자리에 넣는다. 오후에는 물 한병을 지참하고 비교적 험하고 가파른 산을 한시간 반 동안 오르다.
바위산 꼭데기에서 보이는 경치가 참으로 아름답다. 짧지만 힘든 산행은 상쾌한 경험이었다.
길고 긴 여정에 심심할 수도 있는 트럭으로 하는 드라이브 길에서 일행은 모로코에 관한 책을 보다가 재미있는 얘기나
알아 두어야 할 중요한 역사가 있으면 흔들리는 트럭 위에서도 커다란 목소리로 읽어준다. 나처럼 미리 준비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그들, 남에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폐가 되지
않도록하는것이 몸에 밴 그들, 불평 불만을 잘 나타내지 않는 것은 꼭 여행을 통해서만 그렇게 사려깊은 사람들이 되지는
않았을것 같다.
타로던트라는 비교적 큰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가 깊어서였다. 쑥크라 부르는 시장을 돌아보며 베르베르족의
예술품의 색감, 디자인을 유심히 보았다. 시장에서 만난 모로코사람들은 단순하고 따듯한 인상을 주고 눈이 유난히
예쁘다. 전통의상인 아멜헤프(amelhef)를 입은 여인들도 인상적이다. 검은 피부에 새카만 눈을 가진 아이들이
불어로 말을 붙여 오니 나도 불어를 예쁘게 하고픈 생각이 간절해지다.
매일 캠핑을 하다가 오랜만에 호텔에서 묵으니 그 편함을 몇배로 느끼는 듯하다.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에서
모로코의 전통음식인 티진(Tijin)에 만든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야자수와 넓은 잎사귀의 초새가
가득한 마당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일행은 모두 각자의 방으로 사라지고 나만이 넓은 잎사귀에 후두둑
소리내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벗 삼아 하염없이 앉아 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으며 포근하고
고즈넉해지지 않던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렇게 혼자 앉아 비소리 때문에 나 혼자임을 새삼스레 느끼며 즐길 수
있는것도 행운이라 생각하다.
다음 행선지는 타타. 어제의 비로 타로던트에는 홍수가 나고 강 건널목에 있던 길도 잠수되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대신 예정에 없는 육로로 티소트, 이게른을 거쳐 타타로 가다. 어제의 비 때문인지 기온이 내려가 오늘은 털 옷을 입었다.
온 종일 각각 다른 지형의 산 줄기를 좌우로 두고 달렸다. 오늘 밤의 하늘은 유난히 더 아름답다. 밤하늘에 별들이
어찌 그리 많으며 은하수는 어찌 그리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지 어릴적 여름밤에 마당의 평상에 누어 오빠의 팔을
벼개로하고 별자리 얘기를 들으며 잠들던 때가 생각난다.
티신트에서 이른 아침 7시 출발, 폼지퀴드에 도착, 트럭에 디젤을 넣고 탱크에 식수를 채우는 동안 마을에 서는
시장 구경을 하다. 37개의 대형 바구니에 곱고 화려한 색상의 향료를 놓고 파는 사람, 자동차 타이어를 뒤집어
바스?모양의 장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사람. 즉석에서 과자를 구어 파는 사람으로 시장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막 구어 낸 과자를 사서 일행과 나누어 먹었는데 의외로 과자가 아주 맛있었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청명한 날씨에 바람은 적당히 불고 햇볕은 따스하다. 하늘은 더 할 수 없이 푸르고, 어느
누가 이 푸른 빛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을까? 오아시스로 가는 길은 끝이 안보이는 광야에, 한편에는 그랜드 캐년의
밑바닥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바위들이 계속되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계속 이렇게 자연 속에 뭍혀 살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너무나 쓸쓸해 보여서 아름다운 사막을 5시간 남짓 달리니, 야자수가 무성한 오아시스가 나오고 계속 한 시간을 더
달리니 영화에서만 보던 모래산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트럭이 서자마자 일행은 아무도 밟은 흔적이 없는 모래산
하나를 골라 오르기 시작한다. 그들이 일렬 종대로 제일 높은 곳을 향해 오를때 나는 뒤에서 비디오를 찍기 시작.
저무는 해를 배경으로 일렬로 모래산을 오르는 사람들, 이것은 그대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고 작품이다. 영화장면
중의 하나다.
석양의 장관 앞에 묵묵히 앉아 있던 우리는 해가 꼴깍 지평선을 넘어갔으나 서운한 듯 아무도 일어 서려하지 않는다.
그 북새통에 카메라 가방에 넣어 온 나의 두통의 귀한 맥주를 내놓다. 맥주 한통을 10명이 돌려가며 한모금씩 마시다.
가장 맛있고 아름다운 한모금의 맥주였다고 한마디씩하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일몰의 장관을 보며 말없이 오래
앉아 있었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본 모래산 보다 더 아름다운 장관을 보고 저녁 식사후에 트럭 옆에 모닥불을 피웠을
때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서 갖고 온 옷을 다 입어도 추웠다. 쏟아져 내릴듯이 보이는 수많은 별들, 아마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 많은 별들 중 하나에는 어린 왕자가 웅크리고 앉아 몸만 돌려서
석양을 온종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별들을 이불삼아 텐트도 치지 않고 슬리핑백 안에서 별을 헤다 잠이 들었다.
싸늘한 아침공기에 깨어나 잠자리를 조용히 거두고, 신발 한켤레를 가지런히 놓고 한시간 동안 크고 작은 모래 산들을 넘고
또 넘는 산책 아닌 등산을 하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걷기란 꽤 힘드는 일이다. 밤을 지낸 모래산은 몹시 차가워서
발이 시렸다. 생각보다 늦게 돌아 온 내게 한 친구는 놓고 간 신발의 메세지를 읽고 재미있게 생각했다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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