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호스피스와 함께하는 추억의 사진 한 장
동행 호스피스, 재독 베를린 한인어르신을 위한
무료 장수사진 촬영 봉사 펼쳐
9월 16일 10시 동행 이종문화간의 호스피스(대표 김인선)는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재독 베를린 한인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 무료촬영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날 행사장은 다소 근엄할 것 같은 장수사진(영정사진) 촬영 분위기와는 달리
결혼식 사진을 찍는 것처럼 유쾌 만발 행복가득이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너스레로 시골 5일장의 유쾌함을 만들어내는 20대 사진사. 총각의 넉살에 어르신들의 눈과 입이
팔을 길게 벌리며 귀밑으로 몸을 숨긴다. 그 옆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어르신들의 얼굴에 연신 붓질을 해대는 메이크업 봉사자,
연구자의 눈빛 마냥 진지하다.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는 자원봉사자들은 착한 봉사에 대한
자부심이 충천하다. 우리 고유의 추석 명절을 갓 넘긴 이날의 풍경은 시루떡, 찹살떡, 송편까지 대동해 추석을 쉽게 보내지
않겠다는 듯 명절의 여운으로 가득 차 있다. 이만 하면 이국 땅 에서 외롭게 맞은 명절의 서운함을 조금은 덜 수 있겠다.
이번 행사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마지막을 도와주는 동행 호스피스 단체가 외환은행 나눔 재단의 후원을 받아 실시하게 됐다.
이날 장수사진 무료촬영의 혜택을 받은 한인 어르신은 100여 명 정도로, 선착순 100명을 훨씬 웃도는 신청자가 쇄도했지만
이날 사정상 오시지 못한 분들을 제외해도 많은 숫자다.
사진 찍는다고 한껏 멋을 내고 온 70대 멋쟁이 할아버지, 독일남편과 함께 찾아온 초로의 어르신, 지팡이를 짚고
힘든 노구를 이끌고 오신 할머니 등 모두 45년 전 파독된 어르신들이다. 원래 ‘영정’은 제사나 장례를 지낼 때 위패 대신 쓰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족자인데 지금은 영정사진이라는 예민한 이름 탓에 ‘장수사진’으로 흔히 변경 사용되고 있다. 요즘엔
장수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생기면서 자녀들까지도 부모님을 위해 멋진 장수사진을 준비해드리는 추세다.
“호스피스 단체를 운영하다보니 장례식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30년 전에 찍은 망자의 증명사진을 확대해 올려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젊을 때 사진이라 망자가 딸인지 본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무엇보다 장수사진을
찍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삶이 아름다운 거죠” 이 행사를 주관한 동행 호스피스 김인선 대표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장수사진 촬영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독일 한인사회는
이러한 봉사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하려고 해도 촬영과 인화비도 비싸고, 사진을 딱히
찍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특히 파독 노동자로 힘들게 살아오다가 막상 퇴직 후에는 적은 연금으로 어렵게
사는 이들이 많다. 결국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다가 덜컥 죽음을 맞는 경우엔 빈소에 쓸 영정사진 찾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이날 사진을 찍은 간호사 출신 권옥순 할머니(75세)는 "정말 신이 납니다. 좋은 때는 다 지나갔는데, 오늘 이렇게 새색시마냥
곱게 화장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얼마나 좋아요. 이 사진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감사해했다.
한편 사진촬영에 임한 김한주 군과 설진환 군은 이곳 독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한국에서도 장수사진 봉사를 했던
베테랑 사진가다. 메이크업 담당자 또한 이곳에서 전문 마이스터 과정을 습득한 전문가로 자신의 샵을 가지고 있다.
모두 뜻깊은 일을 하는 데 팔을 걷어 부치고 이날 하루를 오롯이 어르신들에게 헌납했다.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질 추억의 순간이 액자 속에 오롯이 담긴다. 무엇보다 이날 참여한 봉사자들은 순간을 포착해
영원을 간직할 수 있는 더없이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기사 제공 : 베를린 사단법인 동행
이종문화간의 활동후원회 (박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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