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10편중 7편,남자 주인공은 재벌 2세
최근 사극을 제외한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10 명중에서 7명이 젊거나 미혼남인 재벌 2세나 그에 버금가는
부자로 조사되었다.
1990년대 드라마에선 주로 재벌이 등장했지만 최근엔 재벌2세로 옮아왔다. 시대를 풍미했던 재벌1세들을
‘세습’하여 그들의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한겨레>가 올해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됐거나 방영중인 드라마 중 사극을 제외한 47편의 남자주인공을 조사한
결과,이들중 72%인 34편에서 재벌2세나 재벌2세에 준하는 전문직 종사자 등 부유층이 제1 남주인공 혹은
제2 남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일일드라마의 경우 <호박꽃순정>(에스비에스), <웃어라 동해야>(한국방송) 등 7편 모두에서 재벌2세급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주말드라마는 12편 중 10편으로 83%, 아침드라마는 6편 중 5편으로 83%를 차지했다.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는 22편 중 12편(54%)이었다. 미니시리즈에서 수치가 비교적 낮게 나온 것은 올해
<싸인> <프레지던트> 등 전문직 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열패밀리>(MBC)처럼 배경 자체가 재벌가인 드라마뿐 아니라, 시한부 삶을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여인의 향기>(SBS) 같은 드라마에서도 재벌2세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주인공으로 나왔고, 현재 방영중인
<보스를 지켜라>(SBS)에서는 남주인공 2명이 모두 재벌2세다. 주말극 <애정만만세>(MBC)나 <불굴의 며느리>(MBC)에선
‘돌아온 싱글’ 혹은 사별한 여주인공이 연하의 재벌2세와 사랑에 빠진다.
또한,현재 방영중인 드라마의 경우 현대극 18편 가운데 10편이 재벌2세급 남자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2세형
남주인공이 많은 것은 우선 드라마 주 시청층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잘생기고 돈 많은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를 등장시켜 여성 판타지를 자극하고 대리만족을 줄 수 있어서다. 시청자
함혜민(34·여)씨는 “<여인의 향기>의 이동욱을 보면서 나도 저런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즐거웠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극적 긴강감을 높이는 갈등 구조로 ‘계층간의 갈등’만큼 손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투자자나 방송사들이 재벌이 나오는 설정이 지금껏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해 계속 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협찬 유치에 유리한 것도 무시하기 힘든 요인이다. 드라마는
협찬을 받아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예컨대 고급 승용차 등 협찬사의 상품이 드라마에 들어가려면 그에 준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과거에는 재벌2세들이 술이나 마시고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문제아로 등장했다면,
재벌2세들의 삶이 주목받으면서 최근에는 열심히 일하는 능력있는 인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재벌2세들이 여자들을 사로잡을수록 현실의 ‘평범한 남자’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현실의 그들처럼 먹고살 걱정 없이 연애에 몰두한다. 아직 미혼이라는 시청자 배성우(42.남)씨는 “아버지 잘 만난
덕에 일을 하지 않아도 잘릴 염려가 없는 그들을 보면 현실의 내 모습이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김삿갓이란 필명의
누리꾼은 블로그에 “돈이 구사하는 판타지가 그럴듯하면 할수록 보통사람들은 왜소해지는 것 아니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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