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질서,美中의 상호 견제와 묵인 속에 재편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의 여파가 지난 수 년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 가능성 제기 등으로 흔들리고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LG경제 연구원이 11일 발표한 보고서 ‘세계경제 리더십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과제’에서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원인(遠因)인 금융부문의 과잉은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움직임으로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으나, 실물 부문의 경쟁력 회복은 그 때문에라도 단기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실물부문 회복을 견인할 재정도 신용평가기관의 ‘1차 경고’를 받은 만큼 적극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가, 무엇보다 과거 국가적 위기에서 나타났던 초당적 협력의 전통을 살리지
못해 미 경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기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가 눈에 띄게 퇴조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미국의 기축통화 발행국이란 지위는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현재
이를 넘볼 나라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전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영국이 미국에 기축통화발행국의
지위를 넘겨줄 때 영국의 경제력은 미국에 역전돼 3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유럽 전역을
전장(戰場)으로 만든 양차 세계대전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신대륙으로 넘기는 데 일조했다.
경제 하락시 대규모 달러 발행으로 위기 극복 가능
무엇보다 미국은 ‘2류국’으로 낙오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달러 신인도 하락을 무릅쓰더라도
대규모 달러 찍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 연준이 1, 2차 양적 완화에 나섰던
최근 2년 새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기에서 오히려 달러강세가 나타났다. 달러가치가 희석되는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금 다음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다만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조정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의 배경이
된 중국 위안화와의 교환비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간단히 말해 ‘미국이 버는 것보다 많이 썼고, 중국이 버는 것만큼 쓰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위기가 표면화한 이후 미국은 적게 쓰고, 중국은 더 많이 쓰는 해법에 각기 매달리고 있는데,
이를 유도하는 효과적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위안-달러 환율의 하락, 즉 위안화 절상이다.
미 의회, 中 환율 조작혐의에 통상보복 법안 준비
2005년 이후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상하이 외환시장에 맡겨두고 있지만, 무역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올리는데도 위안화 환율이 매우 완만하게 하향세(가치상승)을 유지해온 것은 중국 외환당국의 ‘관리’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의 환율조작 혐의에 대해 통상보복을 가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강공과 함께 지난해 IMF 이사회가 중국 지분을 상향 조정해 개도국
진영의 발언권을 강화하도록 용인하는 등 국제경제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 제고를 용인하는 당근을 병행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국면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기대된다. 막대한 외화자금 중 일부를 덜어내 파산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의 채권을 사주며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유럽 진영의 SOS를 받아둔 중국으로선 다양한 옵션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진영이 중국에 거부해온 시장경제지위(MES)나, 중국을 타깃으로 수시로
발동해온 반덤핑공세 자제 등 경제적 반대급부 외에 인권 이슈 등 외교적 반대급부도 요구할 수 있다. 미국도
채무조정을 겪고 있으나 미국은 자국의 주도권이 훼손되는 것을 허용하면서까지 중국 등의 발언권 강화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과 달리 기축통화 발행국이란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美주도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빠른 시일 내에 불가
중국 위안화가 중장기적으로 강세의 흐름을 탄다면, 달러의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다. 위안화 무역블록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중국이 이 지역블록 내에서 충분한 수요시장을 제공한다면 위안화의
역할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출이라는 성장동력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국 공산당으로선 적절한 시기를 봐서 선택할 수 있는 중장기 카드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질서의 판이 뒤집히는, 기존의 흐름이 뒤바뀌는 격변은 가까운 시일에
나타나기 어렵다. 다만 글로벌 위기 이전보다 미국의 주도력은 적잖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미 경제의 체질
약화와 유럽 일본 등 ‘조역’들의 재정악화 탓이다.
반면 중국 등 거대 신흥경제권의 국제적 발언권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들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글로벌 경제질서를 주도할 만한 체력과 위상을 확보한 것이 아닌 만큼
여전히 미국 등 선진권의 암묵적 동의와 협조를 전제로 한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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