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4)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볼프스부르크 과학센터
동대문 운동장이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었다는 이유에서일까 몇 년 전 그 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노점상들과 함께 온데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세계적 수준의 복합문화메카 건설이라는 키치아래 대한민국 서울시 동대문구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역사적, 지형적 컨텍스트는 무모하리만큼 우리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설은 여하튼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지금 이 시간에도 한창 진행중인데 초청건축가형식으로 치뤄졌던 공모전에서 현재의 디자인안을 제출하고 1등을 거머쥔 건축가는 다름아닌 자하 하디드 (Zaha Hadid) 였다. 그는 지난 해 수상한 일본의 여성 건축가 가즈요 세지마 (Kazuyo Sejima)를 제외하곤 7년 전 이미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 프라이즈 (Pritzker Prize)를 받은 유일한 여성 건축가였다.
그의 건축에서 흔히 보여지는 부드럽지만 역동적인 선들의 조합, 혹자는 이런 그의 건축을 매혹적인 미래버전의 건축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프리츠커상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듬해 2005년 자하는 독일 복스바겐의 본고장 볼프스부르크 (Wolfsburg) 에 과학센터를 완공하고 2006년 그로 인해 스털링 (Stirling) 프라이즈와 미스반데로에 (Mies van der Rohe) 상 등 여러개의 굵직굵직한 상들의 수상후보에 오른다.
실내와 실외 모두 콘크리트로 건설된 볼프스부르크 과학센터는 커다란 콘 모양의 기둥들로 떠 받혀져 그 아래로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건물에 진입할 수도 혹은 그냥 지나칠 수 있도록 랜드스케이프조차 콘크리트로 조성했다. 크기가 다른 이 8개의 콘형태의 기둥들은 물론 구조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은 계단실, 혹은 책방이기도 하고 때로는 건물 상부에 공급할 서비스 공간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큰 기둥이 바로 센터의 주 입구이다. 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가의 질문에 자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나는 단지 구조를 위해서가 아닌 건물 전체에 콘크리트를사용할 수 있어 콘크리트를 좋아하고 이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다. 물론 거기에 창문디테일을 덧붙이고 색도 첨가하지만 실질적으로 건물은 이미 완성된다.” 앞서 서술한바와 같이 자하의 건축물은 대부분 역동적인 곡선의 조합이다. 때론 여성 보디 빌더의 근육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하는 그래서 콘크리트를 즐겨 사용했을 것이다. 섬세하면서도 거친 근육질을 표현하기에는 어떤 형태로도 제작가능한 콘크리트라는 재료만큼 적절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건축에선 우리가 흔히 운운하는 건축적 도시적 맥락에서의 해석은 무의미하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여성 건축가라는 그의 세계적 명성이 이미 건축이전의 보증수표로 통하고 있는 이상 박식한 자의 비평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공허한 외침으로 와 닿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보증수표가 또한 정규교육을 받고 도시와 건축을 온갖 맥락안에서 이해하며 작업을 해오던 공모전 심사단들의 뇌기능까지 마비시키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수천억원의 건설비용을 집어 삼키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완공되는 내년 과연 시민들은 그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또 어떻게 평가를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디렉터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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