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속에서도 빛난 일본의 强中기업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은 급격한 엔高에 따른 버블 붕괴로 장기 불황을 경험하면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에는 과거 일본경제의 황금기라 불리던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전반과 비슷한
수준의 수출 호조를 기록했는데, 이 시기의 주역은 부품·소재·장비 관련 B2B 기업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 ‘일본 强中기업에서 배우는 경쟁의 기술’을 통해 매출액이 1조엔 이하인 B2B 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을 ‘强한 中堅기업(이하, 强中기업)’으로 선정해 성공요인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중소기업에 시사점을 제시했다.
핵심기술 중심 전략과 일본식 벤처문화로 성공
일본의 B2B 强中기업은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규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후, 타 고객, 타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신속히 확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일본식 벤처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성공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
强中기업의 5대 성공요인을 분석해 제시했다.
① 핵심기술 확보 전략
사업 초기에는 국가·사회적 요구나 창업가의 선각자적인 통찰력에 의해 선도적으로 씨앗기술을 도입하여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50〜100여년에 이르는 장기간 동안 소수 핵심기술에 ‘한 우물 파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부품·소재·장비 산업은 핵심기술의 축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비교적 규모가 작아 다양한 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곤란한 强中기업은 소수의 핵심기술에 집중했다. LCD용 광학필름 세계 최대기업인 닛토덴코는 창업
당시인 1918년부터 지금까지 핵심기술인 점착(粘着)기술을 지속적으로 연마해왔다.
② 글로벌 니치 전략
强中기업은 핵심기술력을 기반으로 게임의 방식을 주도하며 작은 시장에서 압도적 1등을 한다는 ‘니치톱(Niche-Top)’
전략을 추진해 성공했다. 이는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의도이며, 규모보다는 기술
차별화로 자신만의 가치를 고객에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섬유소재 기업인 크라레는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잡는
전략’을 통해 자신이 시장 선도자가 될 수 있는 부분에만 진입했다.
③ 수직·수평 통합 전략
强中기업은 자사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고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핵심 프로세스를 수직통합하여 내재화하고 있다.
전자부품기업인 무라타제작소는 핵심 원재료의 배합·처리 공정과 모듈제품의 조립단계까지 보안을 유지하여 경쟁자의
기술모방을 미연에 방지하는 블랙박스化전략을 추진했다. 한편, 잉크를 제조하는 DIC는 선진기업과의 장기간 제휴를 통해
기술의 가치를 검증한 후, 관련 회사를 인수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④ 관련·집약형 다각화 전략
强中기업은 경쟁기반인 핵심기술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핵심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성장산업의
최종제품에 전방위적인 진출을 시도했으며, 당장 상업화가 곤란한 기술도 축적해두었다가 활용했다. 세키스이화학은
PVC 파이프 사업으로 시작하여 건축자재, 자동차용 중간막 사업, IT 및 환경분야 사업까지 시대변화에 맞게 진출영역을
다각화했다.
⑤ 일본식 벤처문화 창출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장기간 투자하는 연구개발 풍토와 결과물의 활용 기회를 기다리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대기업병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인 변신을 도모하기 위해 벤처 정신을 강조했으며,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전통적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인사시스템을 운영했다. 예를 들어 광학기기 제조업체인 니콘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실직한
독일의 기술자를 파격적인 처우로 일본에 초빙한 후 활용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병하 상무, 김원소 수석연구원은 이와같은 일본의 强中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통해 " 한국 중소기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중소기업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규모의 경제성을
살리기 어려운 중견·중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경쟁전략을 선택해 추진해야 한다. 경쟁사가 생각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준을 적용해 자사의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시장을 세분화하고 차별화된 표적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 아울러, 핵심역량이 축적될 때까지는 환경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경영자의 확고한
신념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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