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언론 공부를 하던 유학생 시절, 유로저널에 ‘서른 즈음에’를 쓰기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가량이 지난 2007년 2월에 ‘옥스포드를 다녀와서’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옥스포드 대학 한인 학생회에서 매년 2월 한국의 구정을 기념하여 외국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개최하는데, 당시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 & 기타 듀엣 KAYA가 연주 초청을 받아서 난생 처음으로 옥스포드를 다녀온 뒤에 느꼈던 것들을 쓴 글이었다.
영국 내에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옥스포드에서 열심히 학업 중인 우리 한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느꼈던 뿌듯함, 그들이 훗날 우리나라에 우수한 성과를 가져다 줄 것에 대한 기대 등을 글에 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옥스포드 대학과의 인연은 그 다음해인 2008년, 또 2009년에도 이어졌다. 연이어서 같은 행사에 초청되어 연주를 했던 것이다.
몇 년씩 같은 행사에서 연주를 하다 보니 옥스포드 한인 학생회 임원들의 세대교체(?)도 목격할 수 있었다. 가령, 전년도에는 단순히 임원이었던 친구가 학생회장이 되어 있었고, 또 나는 그들을 인터뷰해서 유로저널에 실어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일은 2009년도 당시 인터뷰를 했던 옥스포드 한인 학생회장 조한빛 군이 한국의 유명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사실.
얼마 전에 인터뷰를 작성했던
2009년도 행사 이후 2010년도에는 옥스포드에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고, 한 동안 옥스포드 한인 학생회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또 다시 옥스포드 한인 학생회에서 연주 요청이 왔고, 지난 번 옥스포드에서의 연주가 2009년 2월이었으니, 거의 3년 만에 옥스포드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워낙 오랜만에 방문한 탓인지, 이제는 아는 얼굴도 전혀 없고, 무엇보다 지금 옥스포드 학부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 심지어 영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도 너무 앳되어 보였다.
그랬다, 어느덧 대학생들이 내 눈에 어려 보일 만큼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눈에 나는 늙어 보일 만큼)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다.
처음 옥스포드를 방문했던 2007년도의 경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당시 학생회장
2007년도 행사 때는 나 역시 비록 석사 과정이지만, 어쨌든 학생 신분이었지만, 이제 나는 직장인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도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2007년도 행사 때는 연주를 마치고 이어진 제기차기 대회에서 나도 참여해서 같이 제기도 차고 그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는데, 이번 행사에서 나는 인사말을 하면서 내가 런던 시티에서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으니, 아마 여러분들이 졸업하면 나를 (구직자와 헤드헌터 간 만남으로) 다시 만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KAYA의 단골 레퍼토리인 비틀즈의 ‘Let it be’를 연주하면서, 비록 그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지만, 문득 이제 20대 초반인 그들 중 어쩌면 ‘Let it be’를 모르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어쩌면 ‘Let it be’는 이제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그야말로 너무 올드한 음악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연주를 하면서 문득 문득 바라본 그들은 이제 나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젊음과 그들의 꿈을 마음껏 그려볼 수 있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미래를 갖고 있었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린 것일까...
아마 지금 내 글을 읽고 계실 나보다 더 연배가 높은 인생 선배들을 또 이런 나를 보면서 그나마 나의 젊음(?)이 부러우시겠지...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에 저장된 옥스포드에서 찍은 지난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2007년 2월에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은 당시 제법 머리를 많이 길러 뒷머리가 치렁치렁하며,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또 지금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
어떻게 보면 당시만 해도 유학을 마친 이후의 인생에 대해 참 고민했던 시절이었고, 불확실한 미래가 너무나 두려웠던 시절이었으며, 기타 레슨과 글쓰기로 버는 돈으로 절약해가며 겨우 생활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4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나는 런던에서 직장을 다니며, 2007년에 비해서 훨씬 많은 돈을 벌고 그 만큼의 여유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가슴이 아픈 일도 그 때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그 모든 아픔들과 고단한 세상살이를 잊기 위해 오늘도 난 내가 퉁기는 기타의 울림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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