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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국제 커플- 2006년 결혼한 Joel과 이혜림 부부와의 이야기

by 유로저널 posted Jan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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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웨딩마치를 올린 지 이제 막 4개월 째 접어든 신세대 국제커플 Joel과 혜림 부부와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신세대들의 국제결혼에 대한 생각, 생생한 신혼일기와 예비 국제커플들을 위한 선배로서의 조언까지 신세대 국제커플의 이야기를 유로저널 전성민기자가  담아왔습니다.

신랑
이름: Joel Morris
나이: 28
출생지: 영국 웨일즈
직업: Research Engineer

신부
이름: 이혜림
나이: 28
출생지: 대한민국 경기도 성남
직업: 웨일즈 신학대학에서
         신학 공부 중,

2004년 11월 연애 시작, 2006년 9월 23일 결혼, 현재 웨일즈 Swansea에 거주

전성민(인터뷰어): 두 분이 만나서 결혼하게 된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혜림: 웨일즈의 Resolven이라는 작은 동네에 현재 웨일즈 현지 장로교단에서 정식으로 임명을 받은 한국인 최초의 여목사님인 조문숙 목사님께서 세운 학교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현지 영국교회를 도우면서 1년은 영어를 공부하고, 그 다음해엔 선교학을 배우는데 2년째에 접어든 어느 날부턴가 한 젊은이가 저와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더군요. 그 친구도 OM이라는 국제선교단체에서 배를 타고 2년 동안 선교하다 고향에 돌아왔던 거였습니다. 종교라는 공통화제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얘기할 기회가 많아졌고, 또 한 교회에서 같이 일할 기회들이 많아지면서 친해지게 되었죠. 그때가 2004년 겨울이 시작될 즈음이었고 그 이듬해 발렌타인데이에 청혼을 받았답니다. 상상도 못했죠.
언제 어떻게 연습했는지 한국말로 "혜림, 나와 결혼해줄래요?" 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몇 분 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튀어나온 말이 "What are you doing?"이었는데 결국엔 그게 "Yes"가 되어버렸답니다.
그렇게 해서 작년 가을 2006년 9월 23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전성민: 연애하면서 특별히 상대방의 어디가 그렇게 좋던가요?

Joel: 제가 혜림을 교회에서 만난 건 아시죠? 웨일즈에서 그렇게 신앙 좋은 사람 만나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녀는 제가 만난 여자들 가운데 가장 성실하고 또 순수한 사람이었어요.
특히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나누는 악수나 볼에 가볍게 키스할 때 전기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자꾸 시선이 가더군요.
또한 그녀는 굉장히 외향적이고 자기 어필을 잘해요. 누구와도 대화도 잘 나누고, 항상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답니다.

혜림: 음, 처음 Joel한테 관심이 갔던 건 그가 가지고 사고방식이 저랑 비슷하게 보수적이고, 다소 한국적이었던 거였어요.
외국사람들도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서양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었죠. 특히, 영국인답게 굉장히 신사적이고 배려를 잘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항상 져주고 이해해 주는 넓은 마음도 좋았답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가치관 또한 저와 비슷해서 이 남자라면 인생을 함께해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거죠.

전성민: 두 분의 결혼에 대한 양가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혜림: "엄마, 나 영국사람 사귀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던지자 직접 영국에 오셔서 Joel을 만나보고 마음에 들어한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좀처럼 마음을 여시지 않더라고요.
마음을 여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반대가 있었죠. Joel이 청혼한 소식을 듣고 아버지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면서 당장 한국에 들어오라고 엄포를 내려 놓으셨어요.
그러다 그 해 여름 한국에 왔을 때 큰 교통사고가 나서 제가 병원에 입원하게 소식을 들은 Joel이 얘기도 없이 한국에 날아와 병원에 딱 나타났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랬는지, 어쨌든 그 일로 아버지가 Joel을 만나게 되었고 저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에 결국은 마음을 여셔서 작년에 모든 분들의 축복 가운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답니다.

전성민: 실제로 결혼해보니 외국인 배우자이기에 특별히 좋은 점이 있다면?

Joel: 제가 우유나, 치즈, 계란, 크림, 초콜렛 등을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데,한국음식들은 저한테 다 좋더군요. 신부가 한국사람이라 한국음식을 매일 먹는데, 매일같이 아시안 레스토랑에 온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또한 그녀는 굉장히 부지런해요. 무엇을 해도 굉장히 빠르고 꼼꼼하게 잘 하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혜림: 아침에 간혹 늦잠을 잘 때면 남편이 먼저 일어나 영국식 아침식사를 침대로 배달해줄 때!(웃음) 특히 집에 관련된 서류나 복잡한 문서들은 남편이 알아서 처리해 주니까 너무 좋아요.
아무래도 제가 영국에 사니까 남편덕을 많이 보겠죠.

전성민: 실제로 결혼해보니 외국인 배우자이기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Joel: 가끔씩 느끼는데 혜림은 "쉼(rest)"을 누릴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부지런히 하는데 가끔 시간이 나서 여유를 즐기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혜림: 저는 무엇 보다 우리 부모님이 남편과 얘기하고 싶은데, 언어가 안돼서 답답해 하시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려요. 서로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걸 표현할 길이 없으니 전화해도 항상 같은 한국말만 하게 되고 저는 영어를 하니 시부모님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게 안되잖아요.
그래서 가끔 부모님이 남편한테 편지를 쓰면 제가 번역해서 말해주곤 해요. 그래도 대화가 되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하루속히 남편이 한국말을 배울 수 있게 노력하는 중입니다. (웃음) 남편도 그렇게 되길 원하고 있고요.

전성민: 살면서 문화의 차이로 인해 가장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있다면?

Joel: 이건 둘만의 얘기가 아닌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얘기인데, bowing down(절)하는 게 이해가 잘 안돼요.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른들께 절을 드렸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영국에서 '절'이란 건 복종, 섬김, 경의 이런 뜻으로 여왕에게나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또 한국에 있을 때 보니까 나이라는 것 때문에 형성된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조금 낯설었습니다. 물론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는 참 훌륭했지만요.

전성민: 간혹 두 분이 다툰다면 그 주된 이유는? 그리고 다투었을 때는 어떻게 화해하는지?

혜림: 둘이 다투는 주된 이유는 의견차이죠.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서로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 번번히 말다툼이 일어나고, 하지만 항상 남편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요. 아무래도 저보단 이해심이 좀 많은 듯 해요. 물론 저도 화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오래 가지도 않고요.
전성민: 특별히 국제커플로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Joel: 배려죠.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원하는 게 다르면 의견차이가 나지만,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배려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국제커플이라고 무언가 많이 다를 거라 상상하지만 사실 사람 사는 건 결국 많이 다르지 않거든요.
단지 자라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오해할 부분들이 간혹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일수록 더 많이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전성민: (신부에게만) 한국의 결혼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혜림: 국제결혼인 만큼 저희 결혼은 한국식 결혼과 영국식이 혼합된 셈인데, 우선 저희는 혼수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어요. 작은 살림살이들은 이미 저희 약혼식 때 주위 사람들께서 선물로 거의 주셨기 때문이죠.
이곳에선 약혼식과 결혼식 때 축의금을 주기보다는 살림살이들을 선물해요. 어쩌면 더 정성이 담긴, 그리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기도 해요.
또,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에선 보통 우리나라처럼 남자들이 집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는 것 같진 않아요. 신부와 함께 형편껏 마련하죠. 부모님 들도 한국처럼 성인이 된 자식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더군요.
일찍부터 독립심을 키우는 문화가 결혼에도 반영된 거죠. 한국결혼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처음부터 서로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결혼과 동시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준비하려니 돈 때문에 갈등이 많이 생기겠죠. 실용적으로 살면서 조금씩 마련하는 것도 좋은데. 그리고 한국결혼은 보여지는 면에 많이 치중하잖아요. 남들 눈치도 많이 보고. 여긴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행복하면 그만이고 남들도 남의 행복에 상관하지 않죠.
물론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서로의 장점을 조금씩 배워간다면 정말 좋은 결혼식의 본이 나올지도. (웃음)

전성민: 마지막으로 미래의 국제커플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세요.

혜림: 국제결혼을 계획중인 분들이라면 아마도 굉장히 새로운 도전을 원하시는 분일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말이 통해도 잘 싸우고 서로 잘 이해 못 하는데 하물며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오죽 하겠냐고. 제가 볼 땐, 국제결혼은 준비할 때 정말 서로를 많이 아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막연한 동경심에, 아니면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제결혼을 한다면 나중에 많이 후회할겁니다. 특히 외국에 나와서 사실 분들은요.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시간을 갖고 그 사람을 지켜보면서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믿고 평생을 함께해도 후회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결혼하셔야 해요. 그래야 어떤 역경이 와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혹시 지금 외국인과 교제중인 분들은 일단 상대방의 다양성에 대해 우선은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저도 많이 연습하고 있고요. 아시겠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이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가꿀 수 있답니다.

전성민: 너무나도 즐겁고 유익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두 분 가정에 언제나 행복이 넘치길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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