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혜의 그린랜드, 아이스랜드에 가다(1)
가기 어려운 곳을 찾아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배를 타고 하는 여행은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까지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기 어려운 목적지 중의 하나가 남극이었다. 그러나 남극은 배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배를 타고 남극으로 가는
여행을 한 이후 나는 소위 크루징이라는 배를 타고 하는 여행에 완전히 매료 되었다. 호화스럽고 쉬운 여행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배를 타고 가기로 한 곳은 파로군도(Faroe Islands), 그린랜드(Greenland), 그리고
아이스랜드(Iceland)다. 나는 크던 작던 지도 보기를 좋아한다. 여행 중에 구입하는 기념품은 오로지 좋은 지도
뿐이다. 북극에 가까운 이곳을 가 보려고 생각했었던 것은 어느날 방안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세계지도를
보던 중 그린랜드가 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카나다가 새삼스레 굉장히 넓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며 그 옆의 커다란
대륙같은 크기의 땅을 보니 온통 얼음으로 덮혀있어 척박한 땅에 아무도 살고 있지 못할것 같아 보였다.
이번에 탄 부디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배는 거의 3만 톤의 무게에 길이가 200미터가 넘고 폭이 25미터가 넘는
큰 배다. 객실은 463개, 승객은 900명까지 탈 수 있고 갑판의 층 수는10층이다. 크고 작은 수영장이 5개가 있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병원과 그 외에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10층짜리 대형 건물이 물에 둥둥 떠서 간다고
생각해보면 상상이 어렵지 않다. 이번에 이 배를 두 번째 탄다.
배 이름 ‘부디카’(Boudicca)는 서기 40년과 60년 사이에 영국의 동쪽에 살던 아이시니(Iceni)족을 지배했던
여왕의 이름이다. 로마가 쳐 들어 왔을 때 물리친 공이 큰 여왕이었으나 끈질기게 여러차례 쳐들어오는 로마에게 결국
굴복하고 적에게 잡혀서 죽지 않기 위해 파란만장한 생애를 자결로 마감 했다.
우중충하고 어두운 날씨에 비바람이 많은 스코트랜드라지만 내가 배를 타던 그 날은 우리나라의 초가을같이 푸르고
높은 하늘에 흰 구름이 멋지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승선수속은 간단해서 캐빈문을 여는 열쇄인 카드한개를 받아 승선하니 몇 달 전, 남극으로 여행할 때 5주간 내 캐빈을
돌봐주던 태국아가씨가 온 층계가 다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나를 반기는게 아닌가. 의외의 영접에 더 반갑게 만나다.
이내 배는 파로군도(Faroe Islands) 의 수도 토르스하븐(Torshavn) 을 향해 떠나다. 배에서는 한번 짐을 옷장에
풀어 넣으면 배를 내릴 때까지 다시 싸지 않아도 되는것이 참 편하고 좋다.
저녁 식사시간은 매일 저녁 8시 30분으로 정해 놓았기에, 또 두 번째 타는 이 배의 Bar 가 어느 갑판에 있는지
잘 알기에, 익숙한 몸짓으로 가서는 이번 크루징에서 즐거운 일들이 많고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비는 한잔의 와인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덴마크의 영토인 파로(Faroe) 군도는 스코트랜드에서 아이스랜드를 향하여 북서쪽으로 450해리
정도 가면 만난다. 스코트랜드에서 하루 온종일과 온 밤을 들여 450해리를 가니 파로군도의 수도 토르스하븐
(Torshavn)이다. 이곳은 여기서는 제일 큰 도시로 수도지만 유럽에서는 제일 작은 수도라고 한다. 18개의 군도가
모여 파로군도를 이루고 있다. 수백만년 전에 터진 화산으로 이루어져서 경치가 기기묘묘하다.
높은 위도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놀랍게도 겨울의 날씨는 온화하고 항구는 언 적이 없다고한다. 자연경치는 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공기는 항상 신선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고 여름에는 3도 내지 11도라하니 여기가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번 크루징의 첫번 째 기항지인 토르스하븐에서 닻을 내리고 큰 배에서 작은 배로 옮겨탔다. 항구의 크기가 작으면
3만톤의 거대한 배는 항구 밖에서 닻을 내리고 작은 배로 항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광광버스를 타고 한시간 남짓 달려 섬의 다른 쪽인 서쪽 해안에 도착,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는 살을 에이는듯한
바람을 헤치고 넓은 바다로 나갔다. 바다 속으로 내려 꽂힌 듯 아니면 솟아 오른 듯 우뚝우뚝 서 있는 거대한
라임스톤의 아름다운 바위들이 600미터 높이의 절벽 앞에서 웅좌를 보이고 있었다. 안전모를 쓰고 절벽 바로 아래의
높은 바위들 사이 사이를 배로 들고 날 때는 바위들이 손에 잡힐 듯 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각종 새들의 둥지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 보였다. 가?(Gannet) 풀마(Fulmar),
퍼핀(Puffin), 페트럴(Petrel), 키티웨이크(Kittiwake)들이 커다란 무리를 지어 절벽 주위를 돌며 짹짹, 우리를
내려다 보고는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누? 저 동양여자 어디서 왔을까 하는 얘기를 하는것 같았다. 자그마한 크기의
새인 길리모트(Guillemot)들은 떼를 지어 물에 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였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산다는 이곳은 수도라기 보다는 자그마한 마을같아 보인다. 밝은 색의 지붕을 한 집들이 모여있는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다.
다음은 그린랜드의 꽈꼬톡(Qaqortoq). 파로군도에서 여기까지는 3일 낮과 4일밤동안 바다를 헤치고 왔다. 3일동안
우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빙산을 보며 항해했다. 가도 가도 끝 없이 펼쳐져 있는 빙산들. 북극이 저 만치 있는것이다.
언듯 지루해 보이는 항해지만 배에서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각종의 프로그램들이 짜여져 있어 승객들은 여기저기로
바쁘게 오간다. 하루에 두번의 강의가 있다. 다음 행선지에 대한 역사, 지리, 관광코스를 사진들과 함께 보여주며 내용이
자세한 강의, 육지에서나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새, 동물에 대한 강의, 해양역사를 담당한 교수의 강의는 여행 중에도
많은 지식을 얻게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배의 주방장이 음식만드는것을 보여 준 후 시식을 하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일 춤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도
아주 인기가 있다. 지금은 다 생각이 안 나지만 9가지 스텝을 배웠다.
바다에서 사는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상식인 밧줄로 매듭 만들기 강의 또한 아주 실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유익한 강의였다.
간단해 보이는 매듭인데 왜 그리 만들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브리지게임룸은 항상 만원으로 아주 인기있는 게임이다. 갑판에서는 밧줄을 둥글게 묶어 말을 만들어 그 말을 던져 4/5미터
떨어진 곳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사각형의 칸에 넣는 코이츠라는 게임, 카페트에서 하는 볼링, 셔플보드게임, 화가의
지도로 수채화교실이 매일 열리는 등등 배에서의 프로그램은 다양해서 지루할 시간이 없다.
어디 그 뿐인가. 매일 밤 두차레에 걸쳐서 열리는 그란드 쇼는 정말로 볼 만해서 쇼의 끝이 빨리 오는 듯 싶었다.
운동기구가 잘 갖추어진 짐룸은 크고, 바다가 내다보이는 10충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운동 후 스팀이나
사우나를 하는 맛은 어디에 비하랴. 그 뿐인가 새 친구를 사귀는 사교장으로 옷을 벗은 채로 만나기 때문인지 금방
친해 질 수 있어 좋다.
<다음 주에 계속>
재영 한인동포 자유기고가 손선혜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ommasdre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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