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칼럼을 쓰는 입장에 관하여 두어 번 독자 여러 분께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가, 남의 이야기를 하는가’ 라는 칼럼이었습니다. 보통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되는 책(학자의 저서, 고전, 경전 등)이나 학자나 성직자 같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니 나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칼럼의 내용에 나의 경험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체적 사실이 아닌 ‘자기 나름’의 경험일 뿐만 아니라 허상에 불과합니다. 저의 경우는 그러한 경지의 존재로서의 ‘나의 이야기’를 써 왔습니다.
두 번째는 ‘되지 않고 아는 것을 말하는가, 되어서 된 것을 말하는가’ 라는 칼럼이었습니다. 모든 말과 글은 그러한 경지의 존재가 되어 말하고 글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살면서 얻어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문헌을 참고하고 요즘은 인터넷을 뒤져서 그것을 토대로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경지만큼의 칼럼을 썼습니다.
또한 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말들은 누구나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서, 학교에서, 책에서, 세상의 귀감(龜鑑)이 되는 사람에게서, 신앙이나 수양(修養)을 통해서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듣고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사는 존재가 되면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사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은연 중에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한 존재가 되면 그냥 그렇게 삽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얼마든지, 그리고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어떠한 말보다도 진실되고 차원 높은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존재가 되지 않고는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하여도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