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극심한 혼란 속 야권통합 가결
손학규-박지원‘정치적 결별’ 선언, 정치적 셈법 다른 ‘대권 孫 vs 당권 朴'
민주당이 1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야권통합 찬반을 묻는 전당대회를 열어 멱살 잡고 철제의자를 집어던지는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진통 속에 대의원 5천820명 중 76%의 찬성률로 야권 통합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통합안을 표결에 놓고 통합 찬성파에 반대하는 측에서 거세게 반발하며 단상을 점거하려고 나서자 당직자들이 가로막으면서 서로 폭언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표결에서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와 전당대회 준비위를 거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통합안 가결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어 민주당 통합 찬성파는 전대 투표 결과를 앞세워 당 통합수임위원장으로 최인기 위원장을 비롯해 조정식 간사, 박병석, 최규성 의원, 박양수 전 의원 등 7명을 합동수임기관에서 활동할 위원을 확정했다.
나아가 12일 합동수임기관 회의를 열고 합당 결의, 당명 결정, 강령ㆍ당헌 제정, 지도부 선출 방식, 일정 선정 등 신당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현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수임기관합동회의에서 임시 지도부가 구성 되는대로 일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이날 전대에서 “오늘 이 자리는 특권과 반칙, 차별이 없는 정의로운 복지 사회, 국민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2013 체제를 향해 깃발을 높이 드는 자리”라며 “야권통합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며 밝혔다.
민주당-시민통합당, ‘통합협상안’ 전격 합의
한편,통합을 둘러싸고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은 긴급 회동을 갖고 통합 협상안을 전격 타결했다.
지난 7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시민통합당의 문재인 이해찬 문성근 이용선 상임대표는 당대당 통합에 필요한 합의를 도출하고 통합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날 서명한 통합안에 따르면 최대 쟁점이었던 지도부 선출방식은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고, 대의원은 양당 동수(同數)로 결정했다. 또한 내년 총선공천에서 완전개방 시민경선으로 후보를 채택한다는 원칙에 양측이 합의했다.
최고위원회는 선출직 6명, 지명직 3명, 당연직 2명으로 하되 지명직에는 노동계 1명을 포함하고 여성·지역 등도 함께 고려하기로 했다.
또한 청년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당연직 최고위원에 청년대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비례대표 등에 배려키로 했다. 이밖에도 합당결의를 위한 양당의 수임기관은 각 당에 7명씩을 배정하고, 한국노총 2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시민통합당이 반대해 온 ‘임시당원제도’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으며, 시민통합당은 민주당 당원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했다. 마지막으로 통합정당의 당명은 공모와 국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으며, 단 ‘민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도록 하고, 약칭은 ‘민주당’으로 쓰기로 했다.
정치적 유대관계 깨진 손학규-박지원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대권’과 ‘당권’을 사이에 두고 정치적 유대관계를 형성해왔다.
당내 반발과 갈등 속에서 두 사람은 협상력을 발휘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 왔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손 대표에게 ‘밀실야합’을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데 이어 급기야 손학규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그의 비서실장이 되겠다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손 대표에 대한 대선 지지선언을 철회하면서 손학규-박지원간 정치적 유대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두 사람은 ‘대권’과 ‘당권’을 목표로 상호 유대관계가 형성돼 왔지만, 정치적 신뢰에 금이 가면서 서로 등을 돌리는 등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7일 회동에서 ▲전당대회는 박주선 안(통합안 표결처리)으로 한다 ▲전당대회에 관한 내용은 반드시 만장일치로 합의처리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손학규-박지원의 합의로 통합문제를 처리한다 등의 내용을 결의하면서 협상력을 보였지만,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협상으로 합의와 약속이 안지켜져 양측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이번 통합 과정에서 두 사람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한순간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
지난 7일 ‘혁신당 통합’(혁통)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은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의했다. 또한 통합협상을 위한 상임운영위 구성을 마치는 등 이에 대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두 사람이 이렇듯 갈등관계를 맺은 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양측의 정치적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를 꿈꾸는 손 대표는 통합을 주도해 내년 대선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대권가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반면, 박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후 통합과정과 총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이를 통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결국 대선을 위해 총선 전부터 시민통합당과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총선에서 시민통합당을 배제한 채 민주당만의 입지를 꾀할 것인가가 서로 갈리는 것이다.
반면 표결에 앞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원은 통합을 찬성하지만 이런 무질서한 통합을 반대한다”며 “외롭고 험한 길이지만 우리 민주당과 민주당원을 지킬 것”이라며 거듭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원내대표는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부터 합법적인 전당대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에는 따르겠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종족수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가 있지만 결과에 따를 것이다. 법적 소송은 않겠다”고 말했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