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내년 산업경기에 암초 예상
제조업체 절반이상 '유럽재정위기로 내년 신규 대출 어려워지는 등 자금사정 어려울 것'
2012년 산업경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 불안으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가 수출 감소를 초래해 올해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종별로는 유럽 경기의 영향에 민감한 조선, 선진국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철강과 자동차 등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도 업황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반면, 전자, 기계, 석유화학은 비교적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전경련이 30일‘2012년 산업전망세미나’에서 발표되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이 2012년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였고, 증권사 주요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7개 산업의 최근 동향과 내년 전망을 소개하였다.
기업 45%, 올해 목표달성 ‘빨간불’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9개사를 대상으로 <2012년 사업계획 수립현황>을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4.7%가 올해 사업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이를 반영하듯 내년도 우리경제 전망에 대해 기업의 61.8%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기업의 55.3%는 내년도 사업방향에 대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올해보다 높게, 22.8%는 올해 수준을, 15.9%는 올해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표:통계로 말하는 Datanews.co.kr전재>
세계 경제 영향으로 국내 경제성장 둔화될 것
먼저, 이날 기조강연에서 한상완 본부장은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경제 부진으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신흥국 시장 성장은 비교적 완만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체제로 넘어가면서 그동안의 긴축 모드를 끝내고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 기조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내년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는 미국 더블딥,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더불어 이란 핵문제를 비롯한 중동 정세 불안이 지적되었다.
한편, 국내 경제 성장률은 3~4% 이내에서 형성되는 가운데, 고용회복세 약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하여 민간소비는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철강, 조선, 자동차 약세
조선 산업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대형 금융기관들이 전세계 선박금융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성으로 올해 호조를 보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탱크선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고유가로 인해 천연가스 수요 지속과 자원개발 투자 확대로 해양플랜트 시장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 산업은 전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이 5.5%로 둔화되는 가운데, 특히 서구 선진국 수요의 둔화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출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수에서도 건설을 제외한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수요산업의 생산량 정체로 올해보다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내년에 세계 시장 성장률이 4.2%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이는 미국, 유럽의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신흥국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반도체 산업은 내년 스마트폰과 3D TV의 수요가 증가로 약 3% 성장한 3,063억 달러 규모를 기록하겠지만, 시장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다. 특히, DRAM 시장의 회복은 내년에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은 IT산업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세트업체들이 주도권을 잡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반도체 기업 간의 영업이익 차이 심화와 더불어 시장 전체의 구조조정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는 IT신제품에 힘입어 호조, 기계도 전망 밝아
2012년 전자 산업은 휴대폰의 4G LTE 스마트폰, TV에서는 3D FPR TV가 수출 증가를 주도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4G LTE 단말기 시장이 미국, 일본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TV의 경우, 3D TV의 보급화와 런던올림픽, 유로2012 등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 산업의 내년 전망도 비교적 밝게 나타났다. 수출은 중국 수요에 힘입어 회복이 기대되고 내수는 상반기 자동차, 하반기 IT 업계의 설비증설로 증가세가 예측된다. ‘11년 기계는 선진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중국 수출이 위축되며 혼조세를 보인 바 있다. 석유화학은 완만한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가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날 개회사에서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내년도 세계 경제는 미국경제의 회복 지연과 남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유럽경제 위기, 신흥국 성장 둔화 등 불안 요인들이 있다”고 평가하고, “정부는 FTA 등 기업들의 수출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힘쓰고, 기업들은 경제·산업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들“유럽재정위기로 내년 자금사정 어려울 것”
한편,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영향 및 시사점 조사’결과,유럽재정위기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규대출이 어려워지고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재정위기가 현재 자금조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이 77%였지만, <부정적 영향:22.3%, 긍정적 영향: 0.7%> 내년 전망에서는 47.3%로 나타나 30%의 또 다른 기업이 유럽재정위기의 영향권에 처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재정위기가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절반(50.0%)에 달했다. <긍정적 영향: 2.7%>
이들 기업은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기관의 신규대출·만기연장 축소(57.3%), 매출 감소(44.7%), 외환 변동성 확대(33.3%), 자금조달 금리 상승(31.3%), 매출채권 회수 부진(18.7%),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6.0%), 거래업체의 결제기간 축소 요구(5.3%) 등으로 복수응답했다.
자금경색이 해소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이 2012년 하반기(44.7%), 2013년 상반기(20.0%), 2012년 상반기(18.0%), 2013년 하반기(13.3%), 2014년 이후(3.3%), 올해 연말(0.7%) 순으로 답해 81.3%의 기업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자금경색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유로저널 이희영 기자
eurojournal13@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