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18
꽃을 그리는 사람들 2 – 권미향
2) 권미향의 꽃
권미향, 빛의 기억, 2019
이 작품은 대구미술협회 소속으로 현재 대구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권미향의 해바라기다. 해바라기의 수술이 마치 봄을 바라보는 눈동자같다. 간절함을 담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든 해바라기가 희망으로 피어나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했다.
권미향, 너로 피다(호이안 기억1,2,3), 2019
이것은 꽃기린을 그린 것이다. 이 꽃은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앙증맞게 피어있는 다육식물이다. 꽃이 솟아 오른 모양이 기린을 닮았다고해서 이름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사실 이 꽃은 꽃잎이 없다. 포가 변해서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다.
잎 밑부분에는 턱잎이 변해서 생긴 2cm 정도의 가시가 있는데, 이것 때문에 이 꽃의 영문 이름은 ‘Crown of Thorns’(‘예수의 가시면류관’)이다. 이런 이유로, 이것의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다.
일년 내내 빨갛게 예쁘게 몽글몽글 모이는 듯 피어있는 이 꽃은 꽃말처럼 마치 완전한 사랑을 만나 짓는 동그란 미소같다. 작가는 이 꽃을 베트남 호이안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고 이후 이것은 작가에게 깊이 간직하고픈 호이안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리며 활짝 웃는 듯 피어있는 이것은 흰 매화다. 이른 봄의 찬 공기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 중 하나로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매화의 향기는 진하고 맑으며 고요하고 그윽하다. 강하고 아득한 이 매화향에 반한 것일까? 작가가 이렇게 많은 꽃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꽃이 자신에게 빛으로 오는 님에 대한 끊임없는 응답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비꽃, 민들레, 뽀리뱅이, 질경이, 봉선화, 패랭이 등 아주 작고 여려 그저 스쳐 지나가게 되는 조그마한 꽃들 안에서 그녀는 고요하고 완전한 사랑을 만난다.
권미향, 너의 이름으로, 2019
이것은 태양을 향해 도도하게 서 있어서 주변의 것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귀함마저 뿜어내는 엉겅퀴 꽃 그림이다. 꽃술 모양의 독특한 꽃잎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6-8월 사이 어디서든지 잘 자란다. 독립심이 왕성한 사람,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앞날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사람이라는 뜻의 ‘근엄’이 꽃말이다.
작품 속 대쪽같이 곧은 절개를 보여주는 듯 똑바로 뻗어 있는 줄기와 거리낌 없이 의연히 피어있는 꽃은 무언가를 향한 작가의 흔들림 없는 고매한 품성을 느끼게 한다.
이 꽃은 사실 스코틀랜드 왕가의 문장에도 새겨져 있는 꽃이다. 바이킹이 스코틀랜드를 공격했을 때, 바이킹의 척우병이 스코틀랜드 군의 진영에 낮게 엎드려 밤에 몰래 접근했다. 이 때 갑자기 바이킹 척후병의 팔을 찌른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엉겅퀴였다.
이 순간, 척후병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스코틀랜드 병사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리하여 스코틀랜드는 이 전쟁에서 바이킹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 때부터 엉겅퀴는 스코틀랜드 나라의 꽃이 되었고, 나라를 위해서 훌륭한 일을 한 사람에게 이 엉겅퀴 훈장을 준다고 한다.
권미향, 선물, 2019 권미향, 순명, 2019
이것은 초 여름에서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땅의 성질이 산성인지 알카리성인지에 따라서 붉게 또는 푸르게 피는 ‘수국’이다. 말 그대로 ‘물을 담은 항아리’가 불릴 만큼 이 꽃은 물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수국을 장마를 알리는 꽃, 비의 꽃이라고도 한다.
만개한 수국의 모습은 우아하고 청초하며, 풍성하면서도 단촐하다. 그리고, 당당하면서도 수줍다. 그래서인지 6월의 신부들은 주로 하얀 수국을 부케 꽃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생긴 모습이 너무 예뻐서일까? 예쁜 여자들이 가질만한 성격인 변덕, 냉정, 거만, 무정이 꽃말이다.
우리 나라 말에 색을 표현하는 말은 순백 핑크, 연분홍, 연노랑, 진빨강, 하늘색, 연파란색, 남색, 청록, 연녹색, 연두, 연보라, 청보라, 진보라, 자주색 등 아주 다양하다. 이 정말 많은 색들의 미묘한 배합과 농담(濃淡)과 점층이 꽃 한 송이 안에서 알록달록 시시각각 조화를 부린다.
작가는 우리의 눈이 볼 수 있는 세상 모든 색상의 조합인 이런 꽃에다 자신의 감성과 인생을 담았다. 꽃과 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는 작업하는 시간을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했다. 그렇게 꽃을 보면서 그리는 동안 그녀는 완전하고 온전한 사랑을 꿈꾸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오후 창가에 앉아 빗물을 배경으로 화병에 담긴 파스텔톤의 풍성한 수국을 바라보며 향이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작가처럼 우리도 마음에 멋진 꽃 한송이와 아름다운 사랑을 피어보면 어떨까?
3) 조지아 오키프의 꽃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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