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앙겔라 메르켈, 지는 에드문트 슈토이버, 한국의 대선

by 유로저널 posted Feb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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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초부터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올해 선진8개국(G 8) 의장국이자 상반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수장으로서 지난 1월4일부터 이틀간 미국을 방문했다.
또 1월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EU·러시아간의 에너지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임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독일과 미국과의 관계는 많이 소원해졌다. 지난 2005년 11월12일 총리로 취임한 메르켈은 첫 외국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했다.
또 유럽연합 (EU)의 확대로 러시아는 바로 EU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극 곰답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던 가스관을 일시 정지했다. 가스를 외교정책의 주요 정책으로 사용하면서 EU와의 갈등도 자주 일어난다.
메르켈은 EU의 순회의장국으로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EU-러시아간의 전략적인 관계정립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앙겔라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파워있는 여성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경력의 앙겔라 메르켈도 총리가 되기 위해 '재수 아닌 재수'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녀를 재수하게 만든 장본인은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독교사회당 (기사당) 총재이다.
현재 두 사람의 상황을 보면 앙겔라 메르켈은 뜨는 해이고 에드문트 슈토이버 총재는 지는 해이다.
메르켈은 2000년 9월 당시 제1 야당이던 기독교민주당 (기민당)의 총재가 되었다. 메르켈은 헬무트 콜 전임 총재의 비자금 스캔들로 나락에 빠졌던 기민당을 쇄신하고 기틀을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5월 국민의 기대와는 반대로 기민당 총리 후보로 뽑히지 못했다. 우선 동독 출신 여성에 대해 자당인 기민당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고 또 자매 정당인 기사당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독일 최대의 주인 바이에른주에 터를 잡고 의회에서 동일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기사당 슈토이버 당수가 메르켈 총리후보 저지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그는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총재에게 총리 후보직을 양보해야만 했다.
당시 메르켈은 자신에 대한 당내 반대가 심함을 알았기 때문에 정식 투표를 요구하지 않았다. 당원이나 의원을 상대로 투표를 해봤자 그녀가 질 것이 거의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토이버 후보는 그해 9월 열린 총선에서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에게 석패했다.
한번 총리후보로 나선 정치인이 다시 총리후보로 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2005년 5월 메르켈 총재는 기민당의 총리 후보가 되어 그해 9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만약에 메르켈 총리가 2002년도에 당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총리 후보가 되고자 고집했더라면 오늘의 그녀는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총재이자 바이에른주 주지사는 지난 1월18일, 오는 9월30일에 두 직에서 모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기사당 내에서는 총재나 주지사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의 권력투쟁이 치열하다.
슈토이버가 지는 해가 되어 정치에서 물러나는 모습도 볼썽 사납다.
지난해 12월 기사당 당원인 가브리엘레 파울리 (여) 가 슈토이버에게 2008년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바이에른주 주지사와 기사당 총재후보로 나지 말 것을 요구한 이후 그동안 용퇴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슈토이버 주지사의 비서실장이 주지사를 비판한 파울리 당원을 비밀리에 염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슈토이버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슈토이버는 구랍 12월만해도 2012년까지 계속해서 주지사와 기사당 총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당내에서 그의 용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의 주요 일간지도 그를 “이빨없는 호랑이”라고 비유하며 조롱을 퍼부었다.
결국 1달 반을 버티던 슈토이버는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슈토이버는 지난 1993년에 바이에른주 주지사로 취임한 후 1994, 1998, 2003년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13년간 바이에른을 다스려왔다.
독일에서 제일 크고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면적임), 부자이면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바이에른주. 이곳에서 그는 거의 왕처럼 군림했다.
가브리엘레 파울리가 위엄있게 용퇴를 요구했을 때 슈토이버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결국 버티다가 그야말로 볼썽사납게 물러나게 되었다.
메르켈과 슈토이버를 보면서 올해 국내 대선을 생각해본다.
벌써부터 야당인 한나라당은 4명의 후보들이 나서서 야단이다. 주요 언론도 이들의 정강은 물론 외모 등 신변잡기까지 보도하고 야단이다.

우리는 이미 두번이나 한 여당 후보가 경선 결과에 굴복하지 않은 채 뛰쳐나와 대선에 출마했음을 알고 있다. 또 몇몇 사람들은 오는 5월에 있을 예정인 한나라당 경선결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며 우려의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을 좀 보시오.
그녀는 '재수아닌 재수'를 했기 때문에 요새 잘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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