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보다 영국이 더 골칫거리

by 유로저널 posted Jul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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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명한 시사주간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데이빗 캐머런(David Cameron) 보수당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되었을 경우 영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전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기사앞에 있는 카툰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EU라는 큰 배가 항해중인데 이미 아일랜드라는 암초와 충돌했다. 그러나 그 암초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 EU라는 배는 난파선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충돌 직전의 영국이라는 암초이다. 아일랜드보다 최소한 3~4배가 더 큰 암초로 영국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캐메론 보수당 당수가 총리가 되었을 경우 영국과 EU와의 관계가 매우 부정적이 될 확률이 높음을 암시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 지지율대로라면 2010년 총선서 캐머런 총리 유력
      현재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의 지지율은 집권 여당인 노동당보다 무려 20%나 앞서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지난달 집권 1년을 맞이했지만 그동안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면서 벌써부터 ‘레임덕’ 총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지난해 6월 집권 초기 약 3달간 브라운은 매우 인기가 있어 보수당보다 지지율면에서 앞섰다. 그러나 잇단 실책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여파로 영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노동당 정부는 그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연패했다. 집권 11년이나 된 노동당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 별로 신통치 않은 정책 등으로 집권 노동당은 현재 뚜렷한 대책도 없이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40대 초반의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해왔으며 현재의 지지율이 계속된다면 2010년 봄에 예정된 총선에서 그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집권 노동당을 혐오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당으로 기울었지만 아직 캐머런이 뚜렷한 공약이나 신뢰할만한 정책대안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당에 대한 혐오로 보수당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정도이다.

         캐머런의 보수당, 유럽통합에 매우 회의적
캐머런은 2006년 보수당 당수에 취임할 때에도 유럽통합에 회의적임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시민들이 직선하는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의 보수당 출신 유럽의회 의원들은 유럽인민당(European People’s Party)이라는 정치그룹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이 그룹에는 독일의 기독교민주당 등 주로 대륙의 기독교민주당계 의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캐머런은 기독교민주당과 영국 보수당과의 정당정책이나 이념이 별로 맞지 않는다며 유럽인민장 그룹에서 보수당 의원들은 탈퇴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일단 유럽의회 의원들의 탈퇴 강행 추진으로 유럽통합에 회의적임을 천명한 캐머런은 그림자내각(Shadow Cabinet)에도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인물들을 전진배치했다. 지난달 19일 하원은 유럽연합 개혁조약(‘리스본조약’)을 비준통과시켰다. 보수당 의원들 가운데 3명만이 비준통과를 지지했다. 그만큼 대다수의 보수당 의원들이 유럽통합에 소극적임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지난달 EU 개혁조약을 거부한 이후 정책대안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아일랜드가 조만간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는 설과 좀 더 시간여유를 갖고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설 등이다. 일부 유럽통합 지지론자들은 아일랜드가 개혁조약을 국민투표에 재회부하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꺼내고 있다. 즉 개혁조약을 비준한 회원국들만 통합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은 회원국들은 뒤쳐지는 ‘투스피드유럽’(two-speed Europe)을 강행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유럽통합에 대해 소극적인 보수당에게 울고 싶은 사람 뺌 때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27개 회원국 가운데 경제규모가 독일에 이어 크며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회원국이다.
따라서 2010년 영국에서 보수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영국과 EU와의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일부 보수당 의원들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처럼 브뤼셀의 초국가기구가 영국의 주권을 제약하는 것에 매우 불만을 갖고 있는 보수당이 주로 경제분야만 교역자유화가 가능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 또 유연한 노동시간으로 경쟁력을 갖춘 영국은 EU차원의 근로시간등에 매우 부정적 이었으며 일부는 선택적 탈퇴(opt-out)를 단행해오고 있다. 이런 선택적 탈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어쨌든 2010년 영국 보수당이 집권여당이 되면 아일랜드 국민의 국민투표 거부로 빚어진 EU의 위기는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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