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대책 20-20-20 계획

by 유로저널 posted Oct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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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5일 광복 60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친환경적인 산업을 집중육성해 신규고용도 창출하고 우리나라를 기후변화 대비 선도국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예상금액은 무려 100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80%정도는 민간기업이 투자하고 나머지 20%는 정부가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야심찬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이 사업을 상생할 수 있는(윈-윈)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친환경투자와 사업을 비용이 아니라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투자하는 것이 관건이다.
      비록 지난달부터 미국발 경기침체라는 땅에 묻혔던 ‘시한폭탄’이 터지고 우리나라도 그 파편에 맞아 원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에는 최소한 녹색성장이 정부의 주요정책으로 실시되고 목표달성을 위한 독려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상황은 어떠한가? 유럽연합은 2007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기후변화 대비책으로 ‘20-20-20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매우 야심찬 계획이지만 실현이 쉽지는 않다.

온실가스를 20%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 열효율을 20%
로 높인다는 계획-국가간 이견 상존
     20-20-20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등)를 1990년과 비교해 2020년까지 20%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20% 높이고 태양광발전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2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국의 주범인 미국은 의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계획을 담고 있는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다. EU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미국에 대한 압력행사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동참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30%로 줄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에너지효율은 발전소나 자동차의 경우 등 각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1리터에 10km를 갈 수 있다고 가정하자. 열효율을 높인다면 리터당 주행거리를 10km 이상으로 높인다는 의미이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과 합의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침을 통과시켰다. 물론 BMW나 벤츠 등 자동차 강국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은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침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 제고 비율을 내리거나 시행시기를 늦추기 위해 많은 로비활동을 벌인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많이 앞서고 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검은숲) 초입에 있는 도시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태양광도시로 유명하다. 인구 15만명의 도시인데 수백채의 태양광 주택단지가 있다. 일본이나 타이완 등 세계 각지에서 태양광 주택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 이러한 주택단지가 새로운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20-20-20 계획은 매우 야심차다. 이제 회원국들이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에너지효율 제고도 EU 집행위원회의 지침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들의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할 때 수치에서 이견도 나오고 과연 실현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도 생기기 때문이다.

           단일에너지 시장(single energy market) 실현 노력도 계속 진행중
     전력이나 가스 등의 시장은 독과점이 흔하다. 초기 투자 자본이 많이 들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추가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한국전력이나 도시가스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EU 회원국가운데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실시해온 영국 정부는 에너지시장을 전면 개방하였다. 이에 따라 독일의 거대 에너지 업체 에온(Eon)이 영국 에너지 업체를 인수하였다. 반면에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였고 다른 회원국 에너지 업체들의 자국 에너지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도 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발전과 송전, 배전의 분야를 분리하도록 회원국에게 촉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미 이러한 에너지 시장 자유화를 단행하였다. 지난 10일 열린 각료이사회(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으로 입법기구)에서 회원국들은 에온 같은 거대 에너지 업체들이 다른 회원국의 송전업체 인수를 불허하는 방안에 합의하였다. 에너지 분야를 자유화한 국가의 경우 그렇지 않은 회원국의 거대 에너지 업체가 송전업체를 인수하면 이 분야에서 또 다른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커서 에너지 시장 자유화의 취지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27개 회원국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단일 에너지 시장 형성은 아직도 천천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 자유화가 대세이고 20-20-20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 회원국 업체들간의 경쟁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에너지 시장 자유화가 더디지만 진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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