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20-20-20 계획’을 망치려는 이탈리아

by 유로저널 posted Nov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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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대책인 ‘20-20-20 계획’을 소개하였다. 뜨거워지면서 이상 기후를 보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EU 27개 회원국들은 온실가스를 1990년과 대비해 2020년까지 20%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20% 높이며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태양열 발전과 풍력, 조력 등) 비율을 20%로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특히 EU는 아직도 교토의정서(기후변화에 대비한 국제협약)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두 나라가 동참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비율을 30%로 늘리겠다는 발표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러한 야심찬 계획을 망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중도 우파의 베를루스코니 총리—친기업적 정책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갑부이다. 축구클럽과 방송사, 부동산 등 엄청난 재산,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지난 90년대 총리재직 시절에는 마피아와의 연관설 때문에 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이러한 우파성향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환경부장관도 대기업 출신의 스테파니아 프레스티지아코모를 임명하였다. 또 이탈리아 경제가 단일화폐 유로에 가입한 15개 회원국가운데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경제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20-20-20 계획을 지키려면 일년에 180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생산시설의 개보수는 물론이고 허용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초과하면 배출량을 적게 사용한 나라로부터 이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기업들은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인 출신의 환경장관과 베를루스코니 자신도 당연히 친기업적인 입장일 수 밖에 없다. 또 베를루스코니는 전임자이며 정적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로마노 프로디(Romano Prodi)가 합의한 이러한 계획을 달가워할 이유가 없다.
EU 27개 회원국들은 20-20-20 계획 입법에 필요한 최종 담판을 올해 12월까지 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가 위에서 든 이유를 들며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좀 더 구체적으로 추가 비용 이외에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2012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세계 각 국은 내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의정서 만료에 따른 협상을 벌인다. 따라서 이 협상이 종료 다음해인 2010년에 20-20-20 계획을 재검토하자는 요구이다. 또 유럽의 자동차제조업체들에게 2012년이나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라는 법안에 대해서도 양보를 요구하였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조금 줄여달라는 것이다. 이탈리아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해 이처럼 수세적인 입장에 있는 이유는 산업구조와 원전이 가동여부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영국과 달리 아직도 제조업 기반이 괜찮다. 제조업체들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1987년 국민투표에서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결정하여 원자력 발전이 없다. 반면에 프랑스는 EU 회원국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당혹스런 EU 집행위원회
이탈리아의 이러한 포풀리스트적인 정책전환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의 선도지역으로서 이 부분에서 글로벌 어젠더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하던 EU가 ‘빅4’ 회원국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단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정부의 추가부담이 일년에 180억유로라는 수치가 크게 과장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추가부담이 절반정도인 90억유로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임자가 약속한 20-20-20 계획의 변경을 요구하는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신뢰성을 저버렸다고 매우 서운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대형 에너지 업체인 에넬(Enel)이 제시한 온실가스 상쇄안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에넬은 개도국에서 친환경적인 사업을 벌일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준다는 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 다량 배출 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도국에 친환경사업을 벌이게 되고 지구 전체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든다.
어쨌든 이탈리아의 방향선회로 오는 12월까지 20-20-20 계획을 입법화하려는 유럽연합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더군다나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은 친환경경영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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