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체제의 조기경보는 가능할까?

by 유로저널 posted Mar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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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체제의 조기경보는 가능할까?
  스턴 경, 독립적인 리스크 평가기관 설립 필요성 제기

     2일 런던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G7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경제국들도 참가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G20 의장국으로 이 행사를 주관한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많은 언론은 이 행사를 집중 보도하며 전망하는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과연 G20 정상들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불황인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공조에 합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이 회담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논쟁은 크게 두가지이다. 미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밀어 부치고 있으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이미 실행중인 경기부양책이 재정적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유럽이  사회복지가 미국보다 잘되 있어 실직 등의 위기에 좀 더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국가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금융위기의 주원인이 헤지펀드 등 소위 ‘메뚜기떼’처럼 먹고 튀는 자본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금융규제의 강화를 우선 합의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금 증액은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경제위기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IMF 자본을 대폭 늘리기로 합의가 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도 IMF 자본 증액에 적극 참여할 터이니 발언권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나달 중순 런던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브릭스 국가들은 처음으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렇게 요구했다.  
     어쨌든 G20 회담은 두고 두고 언론의 많은 조명을 받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제출해 유명해진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경(Nicholas Stern)이 국제경제의 파국을 막기위한 독립적인 리스크 평가기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스턴은 최근 FT에 기고한 글에서 선진국이나 이사회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인 리스크 평가기관 설립이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위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독립성이 관건...유능한 100명의 직원에 연간 예산 2천만달러 필요
     스턴은 현재 런던 정경대학 교수로 재직중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1994~1999년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수석 경제학자로 근무했고 이어 2000~2003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경제학자로 일했다. 그는 자신이 이런 기관에서 근무할 때 주요 국 경제정책 평가를 내릴 때 직간접으로 이사회나 다른 직원들의 간섭없이 일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 평가기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립성이라고 강조한다. 회원국이나 이사회, 직원들의 간섭없이 독립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이런 평가가 시장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스턴은 이런 점을 근거로 IMF나 세계은행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가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유능한 직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MF는 개도국에 대출을 해주면서 대개 많은 조건을 부과한다. 1997년 우리가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을 때 고이자 정책, 긴축재정 등 고통을 더 부과하는 정책을 처방했다. 이 처방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로운 리스크 평가기구는 무엇보다도 고품질의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우수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인재들은 앞으로 국제경제 불안요인을 분석해 관련 당사국들이나 주요 민간기구들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스턴은 구체적으로 100명의 우수한 인재와 탁월한 지도자, 연간 예산 2000만달러(약 260억원)정도면 리스크 평가기구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5억달러의 기금을 모으면 이 기구를 3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금을 운용해 여기에서 나오는 이자로 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의 간섭을 줄여여 한다. 따라서 이사회는 자문역할을 하며 비상주해야 하고 일년에 2회 이상 만나면 안된다. 이사회는 평가기관 소장을 임명하고 예산운용을 감독할 수 있지만 평가업무에 관여해서는 절대 안된다.
     리스크 평가기관 소장에는 탁월한 경제지식과 고위 정책결정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G8 국가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이외의 국가에서 적임자를 찾으라면 인도의 몬테크 싱 알루왈리아(Montek Singh Ahluwalia), 터키의 케말 더비스(Kemal Dervis), 이스라엘의 스탠리 피셔(Stanley Fisher) 등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인사는 이런 인물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턴은 경험과 학식을 바탕으로 매우 필요하고 실제적인 제안을 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제안이 실현될 수 있을까? 주요 국 지도자들 모두 국내 경제 위기 극복에 전력투구 하는 와중에 국제적 시각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어쨌든 세계경제의 위기 재발을 막자는 다양한 의견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기될 것이다. 이런 의견을 취합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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