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설탕수출 사기

by 유로저널 posted Nov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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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설탕수출 사기
수출보조금 대규모 사기사건 적발...EU 예산 눈먼돈

     지난 3월 벨기에 경찰과 세관은 대형 설탕제조업체인 Beneo-Orafti를 급습했다. 수사당국은 이 업체가 대규모 EU 예산을 횡령했다고 발표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이른바 ‘설탕 수출보조금 사기’ 사건이다.
     이 사건을 분석하면 EU 예산이 얼마나 흥청망청 지출되고 감시가 허술한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최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 실린 기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분석해본다.

                      수출 보조금
     우선 EU는 1963년부터(당시는 유럽경제공동체, EEC) 일부 농산물에 대해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많은 농산물이 공동정책 품목으로 포함되면서 초창기 EU 예산의 2/3는 CAP에 지출되었다. 회원국의 농산물에 대해 단일가격으로 어느 정도의 가격을 보장해주어 농민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생산만하면 무조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CAP은 과잉생산, 이를 지원하는 예산의 과잉지출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안팎으로 개혁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EU 시민들은 싫든 좋든 EU 농산물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품목을 사야 한다. 반면에 개도국 농산물은 EU시장에 발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다. 역외(비회원국) 농산물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겨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EU 회원국 농민들은 농산물을 비회원국에 수출할 때 손해 볼 염려가 없다. 원래대로라면 EU 농산물 가격이 비싸 그 가격에 수출할 수가 없는데 EU예산에서 수출지원금을 준다. 즉 과잉생산된 농산물 처치를 위해 비회원국에 농산물을 수출할 때 싼 가격에 수출하게 하고 EU 내 시장가격만큼 차액을 농부들에게 지원한다. 이것이 바로 수출지원금(export subsidy)이다. EU 27개 회원국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런 수출지원금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미국도 자국 농민들에게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영국에서 연구할 때 CAP에 비판적인 영국 언론이 종종 쓰는 표현이 ‘산처럼 쌓인 치즈’(cheese mountain), '포도주 호수‘(wine lake)였다. 즉 이런 품목이 너무나 많이 생산되어 EU 집행위원회는 엄청난 규모의 창고를 두고 저장한다. 워낙 과잉생산물이 많다 보니 치즈가 산처럼 쌓였고 포도주는 호수처럼 넘쳐 흐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번 벨기에의 설탕 수출보조금 사기사건은 CAP 비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크로아티아 수출을 러시아 수출로 속여 보조금 타내
      크로아티아는 현재 EU 가입 후보국으로 가입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입 후보국이 됨에 따라 EU 회원국의 농산물이 이곳에 수출될 때 더 이상 수촐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따라 벨기에 Beneo-Orafti사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즉 원래 크로아티아 수출품을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Kalingrad) 운송과 수출로 속이는 식으로 서류를 꾸며 거액의 수출 보조금을 타낸 것이다.
     올 봄 벨기에 세관공무원들은 22t의 설탕을 실은 수십대의 대형트럭이 크로아티아에 가는데 지름길인 1,500km 길을 택하지 않고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를 경유해 가는 장장 4,000km 길을 선택한 이유를 몰라 의아해했다. 바로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거액의 설탕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서였다.
     Beneo-Orafti사는 2008년에 무려 4천320만유로의 수출 보조금을 EU예산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우리돈으로 약 650억원 정도나 된다. 물론 이 기업은 일부 설탕을 진짜 칼리닌그라드로 수출했을 터이고 대다수는 크로아티아로 수출했다. 따라서 지원받은 보조금 가운데 과연 얼마가 부정 수령액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누가 이런 보조금 사기 수령을 생각해냈고 지시했는가를 밝히고 있다.
     비단 벨기에의 Beneo-Orafti사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의 Italia Zuccheri사는 지난해 무려 1억3980만유로의 수출 보조금을 받았다. 무작정 증거도 없이 특정업체를 혐의자로 몰아서는 안되지만 과거에도 CAP 정책의 사기사건은 무수히 적발되었다.
     문제는 CAP의 정책입안과 감시감독이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CAP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과 감시감독을 맡고 있지만 회원국도 감시감독을 맡고 있다. 집행위원회가 농산물 지원가격을 정하고 회원국에 지원금을 주면 이를 집행하고 감독하는 것은 회원국과 회원국 내 농민단체나 관련 조직이다. 부정을 알면서도 만약 적발이 되면 부당 수령액을 반환해야 하고 이럴 경우 회원국의 위신도 떨어진다. 원칙은 회원국들이 CAP 집행을 철저하게 감독하고 부정을 적발해야 하지만 실제는 이런 미묘한 상황 때문에 원칙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EU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회자된다.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쓰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흥청망청이고 사기가 빈번하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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