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나치독일의 유사점
인종주의에서 흡사하다고?
필자가 소제목을 쓰지 않았더라면 독자들은 제목을 보고 독재국가라는 점에서만 북한과 나치독일의 유사성을 유추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주장과 시각이라면 이 둘을 인종주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북한의 인종주의라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평에서 북한을 인종주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이 글을 분석해보자.
브라이언 마이어스(Brian Myers): 순수민족(The Cleanest Race)
부산 동서대학교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보기보다 민족주의 국가 그리고 인종주의 국가로 보는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세계관은 그들의 도덕적 우월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종주의가 이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 기존의 통념인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 유교주의의 시각은 북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의 대내 선전물을 면밀하게 분석해 이런 해석을 제공한다. 북한의 대내선전물에서 미국인들은 양키로 그리고 ‘원래부터 사악한 악’으로 북한인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지난해 9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에 억류되었던 여기자들을 석방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머리를 조아린 셈이 된다.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이 북한에 식량 등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도 과거의 만행을 반성하거나 비천한 국가가 도덕적으로 우월한 국가에 조공을 받치는 셈이 된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각 종 매체가 이 소식을 이런 관점에서 전했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바로 마이어스가 주장하듯이 도덕적 우월성과 인종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의 이런 도덕적 우월성과 인종주의 기원을 북한의 김일성이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고 일제의 선전방식을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일성은 일본 히로히토 천황처럼 흰 말을 타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인종적으로 제일 순수하며 도덕적으로 우월한 인종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속셈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다문화주의는 북한사람들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인 학자가 우리의 다문화주의,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의 증가 등을 발표했다. 세미나 휴식시간에 북한 학자가 다가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농촌 남성들이 우리 피의 순수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라고 한탄하더라고 한다.
우리 자신들도 말로는 다문화주의가 불가피하며 통합교육, 나아가 사회적 통합이 필요함을 인정하지만 행동과 정책은 인식과 괴리가 있다.
지난해 한국 여성과 함께 버스에 탔던 인도 박사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한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인종차별법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산율은 가장 빠르게 감소하는데 반해 인구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전되어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다문화주의라는 용어가 이제 낯설지 않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백만명을 넘었지만 생각과 현실은 여전히 많은 괴리가 있다.
통일과 사회통합
남북 통일은 많은 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종종 제기되는 문제가 사회통합이다. 독재국가 혹은 인종주의 교육을 받고 60년이 넘게 살아온 북한 사람들이 과연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통일이 된다며 이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한 민간단체가 귀순한 10대 중고생과 우리의 중고생들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터민 학생들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중고생들이 쓰는 말도 아주 다르고, 게임을 모르면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중고생들은 새터민 학생들을 과연 친구라고 보고 있을까? 평균 신장도 최소한 5cm 정도 차이가 난다.
어쨌든 마이어스 교수의 책은 통일에 대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안 병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