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약화 주범이 'Chermany'라고?
중국과 독일이 세계경제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왜 그럴까? 과연 합당한 이유이고 이에 대한 반론은 무엇인가?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의 주장을 분석하며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신조어 ‘Chermany'---글로벌 불균형의 주범
차이메리카(Chimerica, 중국과 미국), 친디아(Chindia, 중국과 인도) 등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번에는 중국과 독일을 결합한 단어가 나왔다. 바로 ‘처머니’(Chermany)다.
서유럽의 부유한 복지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독일과 시장경제임에도 정치체제는 아직도 일당 독재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공통점을 마틴 울프는 최근 칼럼에서 바로 막대한 경상수지흑자(current account surplus) 국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약 2910억달러, 독일은 18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이론적으로 0을 기록하기 때문에 한 나라가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면 이는 다른 나라가 큰 규모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누적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골머리를 앓아왔고 경기침체로 경상수지 적자폭과 정부 재정적자폭은 더 확대되어 왔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강력비판하고 미국의 수출진흥 정책을 천명했다. 미 의원들도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규정하고 강경정책을 취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반면에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서 수출확대를 꾀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라며 위안화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감한 확장적인 경제정책으로 세계경제 불황극복에 기여를 했고 내수진작에 힘을 써 그동안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는데도 미국이 계속 위안화를 갖고 물고 늘어지며 압력을 행사한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압력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쉽게 될 일도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중국의 입장에서 서로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 듯하다.
마틴 울프와 함께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도 유럽 등 다른 서방국가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책에 합류할 것을 촉구했다. 위안화의 낮은 가치 유지가 단지 미국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적자를 기록중인 유럽연합(EU) 27개국에게도 해당된다며 침묵하지 말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EU의 움직임은 그다지 감지되지 않는다.
베를린과 파리도 설전중---독일에게도 말도 안되는 소리
이런 와중에 비슷한 논란이 파리와 베를린 간에도 벌어졌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데 프랑스 재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좀 더 내수를 진작, 유로존(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6개 EU 회원국)내 불균형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독일의 대답은 확고하다. 앙겔라 메르켈총리는 독일의 수출진흥책이 유럽국가 모두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프랑스의 요구를 일축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를 지낸 원로 경제학자 오트마 이싱(Otmar Issing)도 FT 칼럼에서 독일의 임금인상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기불황의 시기에 가뜩이나 높은 임금을 기록중인 독일에 임금의 추가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실업자를 더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의 시기에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근로자들도 일부 자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수용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받곤 한다. 이런데 임금인상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미국 대 중국, 독일과 프랑스 간 전개되는 갈등과 설전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면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안 병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