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by 유로저널 posted Aug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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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평화와 번영달성...유럽식 사회모델 보존 가능할까?

    올해 들어 그리스발 국가채무위기가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eurozone), 아울러 유럽연합(EU)의 위기로 번지면서 유럽을 위기라는 단어와 동일시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구대륙 혹은 멸칭하는 듯한 ‘노인네’ 유럽이 위기를 극복하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만(Gideon Rachman)은 최근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midlife crisis)이라는 글에서 유럽이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튼튼해져 목적의식(sense of purpose)을 갖고 국제무대에 등장할 수 있을지를 분석했다. 그의 글을 분석하면서 해답을 찾아보자.

      평화, 번영, 유럽식 사회모델, 민주주의와 인권 확산...
    우선 유럽통합 초창기인 1950년대, 1960년대, 더 넓게 잡아 냉전 붕괴전까지만 해도 유럽통합은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peace project, project for peace)였다. 즉 잠재적인 평화교란자로서 독일을 제어하기 위해 프랑스가 독일에게 동등한 자격을 주는듯하면서 독일을 초국가적 방향의 통합에서 제어하려했다. 또 2차대전 후 소련과 함께 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유럽에서 제지하기위해 ‘유럽의 세력’(a European power)이 되었다. 북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대륙은 비록 지리상으로 수천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2차대전 후 성립된 냉전체제 때문에 미국은 유럽에 수십만명의 군을 주둔시키고 서유럽의 통합을 적극 지지했다.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지속되는 세력균형: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유럽>(Enduring Balance: Europe between Superpowers)라는 책에서 1차 대전 후 유럽대륙이 20년만에 다시 ‘내란’(2차대전)을 겪은 반면 2차대전 후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 평화를 지킨 이유를 바로 미국이 유럽의 세력이 된 점에서 찾았다. 2차대전 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서유럽에 주둔해 독일의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는데 기여했고 마찬가지로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 평화를 목적으로 한 유럽통합도 서유럽의 평화에 기여했다.
    냉전붕괴 후 40여년 간 소련 공산독재체제에서 신음하던 중동부유럽이 EU 회원이 되면서 이제 유럽통합의 가장 큰 업적 혹은 유럽통합의 주된 이유가 평화였음을 주목하는 정치인이나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저 서유럽, 나아가 유럽대륙의 평화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유럽 여러 나라가 통합을 통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높은 수준의 복지생활을 누리면서 이제 유럽통합의 목적을 경제적 번영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중도좌파 인사들은 번영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과 다른 유럽식 사회모델(European Social Model) 보존이 통합의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시장만능주의 혹은 시장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라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달리 유럽(독일이나 프랑스)의 자본주의는 성장과 분배 간의 조화를 꾀하며 복지를 중시한다는 것.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 등의 자본주의를 유럽식 자본주의라는 용어로 통칭하기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식 사회모델이라는 용어와 이에 연관된 시각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이 누리거나 행사해오던 경제철학의 우위에 금이 가면서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을 새로운 국제무대의 파워라고 여기는 인사들은 유럽이 경제적 거인에서 벗어나 세계 각 국에서 민주주의의 이상(democratic ideals)을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파워를 가졌기 때문에 이를 행사해 국제정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유럽외교안보정책은 그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는 대립되는 국제문제에 대해 EU가 한 목소리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유럽통합은 이런 거창한 담론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실제적인 이득을 주는 일이라는 견해가 있다. 비자도 없이 회원국 어디로 가서도 거주하며 27개 회원국 5억명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회원국 간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대두하면서 이런 단일시장도 일부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로 유럽통합이 목적의식을 찾기에 한창인 가운데 위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목적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는데 과연 EU가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건해진 채 국제무대에 등장할 수 있을까? 최소한 5년~10년의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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