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다 찡그리는 중국

by 유로저널 posted Dec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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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다가 찡그리는 중국
   중국의 강대국화 과정을 가늠할 7가지 눈금자

    필자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이 딸이 있다. 입이 짧은 편이어 몇 년전 키가 동년배 평균보다 최소한 5cm가 작았다. 노심초사하던 처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서 이제는 한국 여성 평균인 160cm가 조금 넘었다. 벽 한 켠에 눈금을 그어 놓은 처는 몇 달에 한번씩 큰 아이 키를 재곤 했다. 예상보다 키가 좀 컸으면 좋아했고 예상보다 그리 크지 않았으면 한숨을 짓곤 했다.  
    이제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중국의 강대국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눈금자가 없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 아시아 지국장인 데이빗 필링(David Pilling)은 최근 ‘Seven notches on the Chinese doorpost'라는 글에서 7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일년에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까운 경제성장보다 그가 소개한 7가지 지표를 보면 중국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다. 7가지 지표를 소개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미소전략에서 찡그리고, 구글과 한 판, 초고속 열차...
    중국은 평화적 부상(peaceful rise)을 강조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소짓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런 미소 전략은 찡그리는 모습으로 변했다. 남지나해(South China Sea)를 국가안보에 핵심이라는 여기는 중국은 이곳에서 무력시위도 마다하지 않았고 이에 위협을 느낀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주기를 원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전임자 부시 정부가 다소 등한히 여겼다고 비판받은 아시아지역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지난 10월말에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아세안10개국과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인도, 뉴질랜드, 호주정상이 참가)에 미국이 최초로 참여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EAS라는 아직 제도화 초기 단계인 국제기구에 적극 관여하게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지표는 구글의 중국 철수 위협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응이다. 중국정부는 이전에 외국인 투자를 몹시 필요로 했으나 이제는 공해산업은 받지 않고 첨단 기술만 선별 수용하고 있다. 구글을 해킹하고 검열하다가 구글의 항의를 받고 이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위협을 받았지만 중국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자국 시장에서 쉽사리 철수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중국 정부에 엄포를 놓았으나 통하지 않은 셈이다.
    초고속 열차는 이제 중국의 대국굴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품이다. 우한에서 광저우까지 1,068km거리를 불과 3시간에 주파하는 초고속 열차가 운행중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30km 정도, KTX로는 빠르면 2시간 반정도이니 중국의 초고속 열차가 매우 빠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인프라가 그리 잘 갖춰졌다고 여기지 않았던 중국에서 초고속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우한에서 광저우까지는 빠른 열차로 10시간이 걸렸다.
    위안화 국제화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극히 일부만 수용해 올 해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2.5% 평가절상됐을 뿐이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거래확대)는 큰 변화가 있었다. 중국 당국이 제3국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에 자국의 위안화 채권 매입을 허용,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 보유가 늘어났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보도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위안화의 역외(제3국) 거래는 4억달러를 넘었다. 일일 거래량은 4조달러로 미 달러나 유로, 엔화에 비해 아주 소량이지만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을 구성하는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도 포함시키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인권운동가 류사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그렇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그가 수상자에 적합하지 않을지를 계속해서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 매장량의 97%를 소유한 희토류(rare-earth resources) 관리도 주목받았다. 수출을 제한하고 관세를 올렸다. 히토류는 전자산업이나 자동차 등 중요산업에 필수품이다. 중국은 이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미얀마 등 세계 각지에 원조를 제공하며 이곳에서 중요 지하자원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도 가장 중요한 가늠자중의 하나이다. 중국 남부 팍스콘(Foxconn) 공장은 30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올해 1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항의해 자살을 하면서 근로자 임금이 평균 20~25% 올랐다. 이제까지 이 공장은 내륙에서 해안지방으로 이주온 값싼 이주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해 왔다. 이제 중국은 좀 더 저개발된 내륙지방의 발전에 정책을 집중할 터이고 내수창출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중국은 평화적 부상을 강조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이런 7가지 눈금자를 지켜보면서 중국의 강대국화 과정,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정책대응을 주시해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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