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교수 “박정희 체제”분명한 선 그어
대선을 앞두고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박정희 향수’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원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 수행 서울대 교수가 ‘박정희 체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진보에게조차 박정희 체제의 경제 성장은 대단한 ‘선’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 교수의 이런 지적은 상당수 진보 지식인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최고경영자 박정희의 공을 인정해주자.” ‘경제발전의 유공자’ 박정희를 정치적 독재자로부터 분리시켜 공을 기리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와같이 박정희 체제의 빛과 그늘을 얘기하는 진보진영 학자들을 비판하면서,계급관계의 관점에서 박정희 체제를 재평가하는 것이 점점 거세지는 신자유주의 물결과 부르주아 민족주의적 경향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일부 진보학자들의 박정희 시대 재평가를 “노무현 정부에 박정희 체제에서 독재를 빼고 개발정책만 답습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면서,보수적 입장을 사실상 긍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당시의 경제개발계획 분석을 통해 박정희 체제가 세계적 냉전체제 아래에서 자본주의적 사회를 급속히 확립하려는 국내외적 계급관계의 특수한 산물임을 보여주려 한다. 또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은 재벌체제 즉, 자본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계급역관계가 뿌리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박정희 시대 공과론은 이러한 자본 우위의 계급관계를 지금까지 지속케 하는 데 한몫 했다.
전 지구적 경쟁에 대비한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던 것이 좋은 예다. 김교수는 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무한경쟁이 격화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외국자본의 유입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회사 한국’의 이익을 강조하며 박정희의 ‘부르주아 민족주의’를 사회통합의 이데올로기로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한국계 초국적 자본인 재벌이 당당하게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해야 하고 외국자본이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선진기법을 전수할 수 있도록 민중들이 민주·민생운동을 중단하고 자본의 수익성 향상에 자발적으로 헌신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 유로저널 정치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