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치솟는 바람에 고유가가 전세계의 정치ㆍ경제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등장하고 고유가의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것이 국제 정치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며 7일자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지는 산유국들은 고유가로 인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반면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들은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으로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사회정치적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수단, 베네수엘라 등이 신흥 에너지강국으로 부상한 반면 중동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치적 영향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이웃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도시국가인 카타르 등은 석유수입을 인프라 투자에 쏟아부어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일부 산유국들은 고유가로 인한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막대한 석유 자금을 사회 개혁의 지렛대로 이용하는가 하면, 물류ㆍ관광사업에 투자하며 대규모 부동산 붐을 일으키고 있다.
NYT지는 고유가 시대의 대표적인 승자로 러시아를 꼽았다. 10년전만 해도 국가파산 상태였던 러시아는 이제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석유자금으로‘러시아 제국’의 자신감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서방과 국제기구에 진 빚을 조기상환했고,최근 120억달러를 투자를 약속하며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고,국부펀드를 조성, 세계 금융시장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또 영국 런던의 고가 부동산 시장에도 러시아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석유로 일군 부를 국민 건강복지나 교육, 주거 개선 등에 투입하겠다며 퇴임이후까지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3,500억달러 규모의 국가연금펀드(석유펀드)를 유지하며, 2008년말까지 모든 어린이가 유치원에 다니도록 보조금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중동의 산유국들도 또 다른 승자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오일 달러를 사회개혁의 단초로 활용해 무료 의료·교육 혜택 제공 등 사회주의 혁명에 쏟아부으면서 엄청난 공공지출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독일은 석유 전량을 수입하지만, 러시아와 중동과의 외교에 성공해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은 2001년에서 2006년까지 128%나 증가했다.
석유 매장량이 곧 고갈될 것을 염려한 두바이는 과잉투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익금을 대규모 관광, 부동산, 물류시설 건립에 투입하고 있다.
반면 나이제리아와 앙골라는 석유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부가 관료들에게 집중되면서,상위 20위 부자중 17명이 전ㆍ현직 관료로 알려지고 있다. 앙골라는 최근 OPEC에 가입했으며, 중국의 최대 원유수입국이자 미국의 6번째 석유 공급국이다.
원유 수입국들은 부족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념과 정책을 떠나 막대한 경제원조를 제공하면서까지 한층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치솟는 유가에 무릎을 꿇었다. 석유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에서는 정유사들이 정부의 원유 가격 통제에 반발해 유류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유 소비량의 70% 가량을 수입해야 하는 인도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같이 석유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는 인도는 매년 120억달러를 석유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인도 정부는 재정압박으로 보조금을 폐지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유로저널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