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본질과 학교폭력
최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감정이 실상 뇌의 작용임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
사람의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조직되어 있는데 회백질은 주로 신경세포와 그 수상돌기 ·무수신경돌기
등이 차지하며 감정과 지각을 담당한다.
반면 백질은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백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신경섬유다발의 끝 부분이 빛을 굴절하는 힘이 강한 미엘린이란 물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는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두 시기에 걸쳐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하나는 생후 첫 3년 간이고
또 하나는 바로 사춘기라 부르는 10대 초, 중반 무렵이다. 특히 만 11살 무렵 뇌의 회백질 발달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백질은 신경충동 전달의 속도를 향상시키고 충동의 타이밍을 조절해주는데, 사춘기 때
회백질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십대의 충동성은 늘게 된다.
따라서 십대들은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고 스릴을 즐기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교육적 과제는 바로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인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총체적으로 자신과 남들과의 관계에서 충동적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를 경험과 학습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얼마 전 대구와 광주에서 일어난 중학생들의
자살로 그동안 공공연하게 문제시되었던 왕따와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의 전면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익히 예상하듯이 정부는 사건이 공론화되어서야 부랴부랴 급조한 대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자를 엄정조치하는 동시에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폭력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고입과 대입 등 상급학교 진학 시 반영한다는 것은
가히 주먹구구식 정부다운 대책이었다. 학교폭력의 밑바닥에 깔린 사회적 잔인성의 뿌리가 무엇인지
깊게 성찰하는 일 없이 그저 현상에 대한 대증적 처방만 나열한 것이다.
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는 사람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고자 하는 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가치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대학 진학 그것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서열화를 학생들에게
강제해온 폭력적 입시제도에 있다.
즉 학교 폭력의 근원에는 어른들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슈가 곪아지는 데는 사회 전체가
'공모'한 것이다. 물론 입시 위주의 교육은 해방이후 늘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교육양태였다.
그러나 과거 이러한 학교 폭력의 수위가 그나마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교육을 빙자한
강압적, 폭력적 교수법에 기인했다. 세월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가부장적 교권을 바탕으로 한
폭력으로는 학생들을 다룰 수 없는 시기에 다다르자 이러한 왕따 문제와 학교 폭력이 최대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 같은 경쟁과 배제를 기반으로 한 교육, 성적만으로 아이들을 줄세우고 '인간 등급'을 매기는
파괴적 교육, 오로지 점수 올리기에만 목표를 둔 시험위주 교육, 시장주의에 지배되는 교육, 사교육 팽배와
공교육 붕괴, 선행학습의 비교육적 파괴적 영향, 인성함양교육의 도외시 같은 교육 현안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학교 폭력은 절대 근절될 수 없다.
지금 벌어지는 학교 폭력은 본질적으로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제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미래가 달린 총체적 과제인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어떤 인간으로 자라는가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달라지고 사회공동체의
삶의 품질과 행복이 좌우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반인간적, 반사회적, 반문명적 교육을 방치할 수 없고 조장할 수 없다.
어떤 교육정책을 세워야 하는가, 어떤 변화가 어떻게 강구되어야 하는가.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숙고하고 정책의 차원에서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