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들은 그냥 있습니다. 공중의 새도, 숲 속의 나무와 다람쥐도, 딱정벌레, 그리고 물 속의 새우도 그냥 있습니다. 바람도 그냥 불고, 물도 그냥 흐릅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냥 있지 못합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가지고 그것에 집착하고 있어 존재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마음에 가져서 있는 존재입니다.
마음에 우주와 별들도 가지고 만물만상도 가지고 살면서 오감으로 겪은 삶을 다 가지고 있어 존재합니다.
사람은 돈을 가져서 있습니다. ‘돈, 돈, 돈’ 하고 살아서 마음에 돈을 가져서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삶의 사연과 인연, 그리고 돈에 대한 관념을 마음에 가져서 있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가져서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있었던 사연과 관념을 가져서 있습니다.
사람은 명예를 가져서 있습니다. 명예와 지위와 권세를 추구하고 그것들을 가지지 못하여 안달하고 그것을 가져서 힘주고 살았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마음에 가져서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은 자존심을 가져서 있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우고 자존심을 상하여 속상해하였던 사연과 인연을 마음에 가져서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은 가족이 있어서 있습니다. 조상과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와 자식을 마음에 담고 있어서 있습니다. 그러한 인연과 있었던 사연사연을 마음에 담고 있어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은 원수가 있어 있습니다. 나를 배신했던 사람, 나를 애먹였던 사람, 나를 모함했던 사람, 나를 미워하고 시기 질투했던 사람, 나를 무시했던 사람, 나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나보다 잘난 사람 … 수많은 원수와 그 사연을 마음에 가져서 있습니다.
사람은 열등감을 가져서 있습니다. 외모나, 능력에 관하여 남보다 못하다고 마음먹고 있어서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사연과 인연들을 마음에 가져서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은 온갖 관념을 가져서 있습니다. 만물만상을 있는 대로 그냥 보지 못하고 온갖 관념으로 마음에 가져서 있습니다. 그냥 있는 만물만상을 관념으로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크다 작다 둥글다 아름답다 추하다 … 관념으로 가져서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가진 것은 실상이 아닌 허상이고 허상으로 가득 채워진 존재가 ‘나’입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진 것들이 있어 ‘나’는 한국사람으로 있고 미국에서 살면서 가졌다면 ‘나’는 미국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아도 ‘나’는 허상입니다. 만물만상은 사람과 달리 실상으로 있는데 사람은 이렇게 가진 허상이 있고 그것에 집 착하기 때문에 허상의 존재로 있습니다. 마음에 가진 이 허상을 다 버리면 세상의 존재로 그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