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두 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준유: 저는 올해 서른 셋이고, 휘트니스 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2006년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막역한 사이가 되었고,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1년간 함께 살았습니다.
유로저널: 이번 여행을 언제, 왜 결심하게 되었는지요?
채윤&준유: 2009년 가을 초 문득 내년에 인도여행을 다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지도를 보고 있자니 인도 옆의 나라들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럼 파키스탄도 가고, 네팔도 가자. 우즈베키스탄도 가고 카자흐스탄도 가자. 그럼 동남아도 가고 러시아도 가자. 유럽도 가야겠네.” 그렇게 충동적이고 간단한 시작이었죠. “갈래?” “그래, 가자.”하고선 그 때부터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로저널: 왜 스쿠터라는 이동수단을 택했는지?
채윤&준유: 스쿠터는 저희 여행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모두가 가는 곳을 가고, 세워주는 곳에 내려 구경하는 것은 여행이라기보단 견학 같아요. 저희는 그보다는 어디든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떠나고 싶을 때 달릴 수 있는 낭만적 이동수단으로 스쿠터를 선택했습니다. 자전거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고, 자동차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고요.
채윤&준유: 유로저널: 지금까지의 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채윤&준유: 이건 저희 둘의 답변이 항상 같은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을 마주할 때와 사람냄새 나는 사람을 만날 때예요. 마땅히 묵을 곳이 없어 어느 집 문을 두드리곤 “당신 집 마당에 텐트 좀 쳐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집을 통째로 내주며 원하는 만큼 머물고, 냉장고에 있는 무엇이든 마음껏 먹으라며 처음 본 저희를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만들어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유로저널: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이 있다면? 최준유: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에요. 처음엔 추위와 또 매일 같이 내리는 비와 싸우는 심정으로 달렸는데, 어느새 얼마나 어리석은 다툼을 하는가를 알겠더군요. 우리가 만난 자연은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가장 힘들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 “우리뿐인가?”라고 느끼는 찰나, 그 순간에는 항상 그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 긴 여정이 남아 있지만, 지난 수개월을 돌아보면 매일이 기적이었어요.
유로저널: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이렇게 일종의 공백기를 갖는 게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은지? 채윤&준유: 여행을 떠나기 전 저희도 그런 염려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여행을 하다보니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하고 싶은 것들도 너무나 많아졌어요. 여행 떠날 '때'를 위해 한국에서 1년을 준비 했던 것처럼, 지금의 여행은 한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한 ‘때’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즉, 이 시간을 결코 공백기라 생각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직장 생활을 할 때 느끼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대신 정신건강에 딱 좋을 만큼만요. (웃음)
유로저널: 그럼에도 한국의 동년배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채윤&준유: 참 진부하고 뻔한 말일 텐데, 자기 자신과의 진심 어린 대화를 권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정말 즐거워? 정말 행복해?” 그 대답이 어떻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은 덜 즐겁고 덜 행복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오늘 즐겁고 행복해야 내일 더 즐겁고 더 행복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마 누구나 어린 시절엔 세계일주를 꿈 꿀 겁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일상의 치열함에 묻혀 막연하고 추상적인 꿈으로만 남겨두겠죠. 저희 역시 늘 그런 꿈을 꾸었지만, 그런 건 나중에 나이 들어 성공하면,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하고 싶은 걸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면서요. 어느 날 “나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어! 정말 즐겁게 살고 싶어!”하며 자신에게 말하고 있더군요. 진심으로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게 이 여행의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고요? 네, 충만합니다!
채윤&준유: 여러 기업에서 물품을 지원 받았습니다. 혼다코리아에서는 스쿠터 할인을, HJC에서 시스템 헬멧을, 휴롭에서는 블루투스를, 베른과 사바나아웃도어에서 캠 핑장비를 지원 받았어요. 모두 특별히 감사한 기업이지만 혼다 강남점의
유로저널: 앞으로는 어떤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지? 어떤 도움들이 필요한지? 채윤&준유: 겨울의 스쿠터 주행은 너무 춥고, 도로가 얼어 위험해서 영국에서 봄이 올 때까지 재정비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봄이 오면 길을 떠나야죠. 영국에서 다시 네덜란드, 독일 등의 서유럽을 거쳐 북유럽으로 올라간 뒤에, 동유럽을 지나 그리스로 내려가 터키, 이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의 스탄 국가를 거쳐 올해 9월 중엔 인도로 들어갈 예정이에요. 인도에서 약 6개월 여행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땐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국가를 지나 호주까지 여행하고 나면, 마지막 목적지는 대만이에요. 대만에서 스쿠터는 페리에 실어 한국으로 보내고 중국 배낭여행을 한 뒤 귀국해요. 약 50개 나라를 돌아 한국으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앞으로 3년을 예상하고 있어요. 원래 저희 일정은 1년 반이었는데, 시간에 쫓겨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정을 늘렸어요. 그런 이유로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낯이 너무 두껍죠? (웃음) 가장 큰 부분은 여행 경비 입니다. 주로 캠핑을 하고 장을 봐서 음식을 해 먹어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그 다음은 카르네와 같은 서류와 재정비 해야 할 장비 부분인데,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덜컥 받고 싶은 심정이에요. 최주유: 무얼 먼저 할지 아직 정리하지 못했지만, 아마 작으나마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을 진행 할 거예요. 그리고 이번 여행과 비슷하지만, 다른 도전을 계속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100만원을 벌어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1억을 벌어도 행복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두 분의 멋진 도전이 두 분의 행복,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신 독자분들께도 두 분을 위한 물심양면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스쿠터 세계일주 블로그: http://jgoodall.blog.me 이메일: tipi@hanmail.net 유로저널
유로저널: 부모님을 비롯 주변에 반대하는 분들은 없었는지? 그 분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최준유: 부모님 찾아뵙고 떠나기 며칠 전에 말씀 드렸는데, 달리 별 말씀 없으셔서 언짢으신가 했죠. 그런데 집 떠나기 전에 아버지께서 침낭과 아이스팩을 꺼내주시더라고요. 운전은 항상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유로저널: 여행을 위해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는지, 또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최준유: 긴 일정의 스쿠터 여행이라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외부 후원을 받아야 했고, 여자 둘이 스쿠터 여행을 한다는 것이 관련 기업 입장에선 홍보효과가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후원을 받으려고 1년 동안 100곳이 넘는 기업에 전화를 하고, 저희 여행 계획서와 제안서를 보내고, 미팅 약속을 잡았죠.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기다림이었어요. 1년 내내 답을 기다리고, 다시 또 전화하고, 기다리고 그렇게 반복 되는 시간이 저희에게는 무척 피 말리는 시간이었어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유로저널: 지금까지 어떤 일정으로 여행을 해왔는지요?
최준유: 가장 힘든 건 매일 짐을 풀어 텐트를 치고 식수며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취사를 해결하고 다음날 텐트를 다시 정리하고 짐을 싸는 가장 단순한 작업이 가장 힘들어요. 미치도록 지긋지긋하단 생각도 들어요.
유로저널: 그렇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유로저널: 이번 여행과 관련, 어떤 분들이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또 특별히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유로저널: 여행 후의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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